서울 아파트 시장이 61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 시장의 방향은 같으나 과정은 전혀 달랐다. 올해(1~10월 기준) 들어 서울의 집값 상승률이 10년 만에 가장 높았던 반면 지방은 14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10월 기준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6.0% 상승했다. 같은 기간(1∼10월) 기준 2008년(11.8%)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반면 올해 들어 지방 주택가격은 0.8% 내렸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는 2004년(-0.8%) 이후 첫 하락이다. 이러한 결과는 지방 시장의 추가 하락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596호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미분양 주택이 5만2945호로 전체의 87.3%를 차지했다. 매수세가 실종된 지방의 경우 앞으로 입주 물량이 지속해서 시장에 공급된다고 하면 여전히 공급 과잉에 따른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지역의 침체는 다른 지역보다 더 심각하고,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가격 하락에 따른 매수세 실종은 추가 하락을 부추기는 것은 기본이며, 소위 깡통전세 깡통주택이 늘어난다고 전망한다. 실제 깡통전세 우려로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액도 1년 새 1조 원이나 급증했다. 지난 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달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가구 수는 1조8625억 원으로 올해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남 김해시 장유동 소재 모 아파트는 현재 매매가격보다 전세 보증금액이 더 높다. 집값이 4000만 원 수준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방의 깡통주택 깡통전세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2014~2016년 주택시장 호황 때 공급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때 공급된 아파트들의 입주가 올해와 내년에 집중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남지역의 경우 2010년대 초반 연평균 입주 물량은 6000~2만 가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만여 가구로 배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 조선 자동차 분야 지방 산업의 붕괴까지 겹치면서 집값 하락이 가속화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부산도 마찬가지다. 부산지역은 2~3년 이내 입주 물량이 4만 세대 이상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미온적이다. 지난 9·13부동산대책에서 미분양이 많은 지역의 주택 공급 물량을 조절하고 깡통전세 역전세 위험지역의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에 대한 위축지역 특례제도를 도입했을 뿐이다.

시장의 실패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개입한다. 시장의 실패에 이은 정부 개입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정부의 실패 역시 불가피하다. 정부 실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서울 시장과 달리 추가적인 집값 하락이 불가피한 지역 시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