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원이 넘게 들어간 감천항 국제수산물도매시장의 어선 접안용 돌제 부두(해안에서 직각 방향으로 튀어나오게 만들어진 구조물)가 2년2개월여 만에 총체적 부실공사 의혹을 사고 있다.

	21일 부산 사하구 감천 국제수산물도매시장의 어선 접안용 돌제 부두가 부실공사로 인해 길이 10여 ｍ, 너비 20㎝ 가량의 균열 여러 군데와 지반침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부두의 지반이 내려앉아 하역 때 수산물이 훼손되는가 하면, 설계 잘못으로 접안 어선이 구조물과 충돌하는 일이 잦다. 부두 내에 최대 길이 10여 ｍ, 너비 20㎝ 가량의 침하와 균열이 발생한 곳은 10여 곳이나 된다. 해수관 배관도 허술하고 폐수 처리가 제대로 안 돼 고인 물이 썩어 구더기도 발생한다. 하지만 설계사와 시공사가 책임을 떠넘기며 소송을 하고 있고 공사를 발주한 부산해양수산청은 내년도 하자 보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문제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21일 오전 감천 국제수산물도매시장은 본격적인 성어기가 시작되면서 대형트롤 어선들이 잡아 온 오징어 경매가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중도매인과 관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중도매인 A 씨는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부실 공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설계사나 시공사 그리고 발주를 한 해양수산청 등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하자 보수를 하지 않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수산물도매시장은 전국에서 연근해 오징어와 러시아산 명태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지난해 3000억 원이 넘는 위판 금액을 달성해 2년 연속 부산 공동어시장의 거래 금액을 웃돌고 있다. 수산업계 한 관계자는 “공동어시장이 현대화 사업을 하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설 부실로 어선들이 다른 지역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돌제 부두의 지반이 침하해 수산물을 옮기는 화물차와 지게차 등에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져 수산물이 쏟아지거나 상품성이 훼손되는 일이 잦다. 또 어선 접안시설은 시장 최대 고객인 오징어 트롤어선의 선박 하단부가 돌출된 특성을 파악하지 않고 만들어 구조물과 매번 추돌해 배와 콘크리트에 손상이 가자 접안할 때마다 타이어를 덧대 접안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천장의 해수관 및 수도관을 강철관이 아닌 PVC로 만들어 수압을 견디지 못해 수시로 파열돼 누수도 잦다. 또 기껏 설치한 해수 펌프는 용량이 부족한 데다 해수 인입 지점과 펌프실이 80ｍ나 떨어져 있어 해수를 아예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해수 및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고 폐수 펌프도 고장 나 폐수 배출이 되지 않으면서 배수로에 어획물 찌꺼기가 쌓여 구더기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국제수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발생 이후 즉시 조치를 해 더 이상 관련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부산해수청은 국비 325억 원을 투입해 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 300ｔ급 어선 18척의 동시 접안이 가능하도록 돌제식 부두 2개소(80×130ｍ, 70×130ｍ)를 2016년 7월에 완공했다. 126억 원을 들여 비가림막 시설도 설치,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