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이 약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로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동산 담보 대출은 생산시설과 같은 유형자산, 원재료, 완제품, 농·축·수산물, 매출채권, 지적재산권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상품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3분기 동산담보대출 취급 잔액은 2345억 원으로, 지난 2분기 2063억원 대비 282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이 3분기에 515억원 상당의 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한 결과로, 대출 잔액이 증가한 것은 2014년 1분기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부동산 담보와 공적보증에 의존하는 은행의 기업대출 관행이 창업·중소기업에 높은 문턱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에 따라 정부는 동산금융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로 국내 중소기업은 600조원 상당의 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은행 대출의 담보로 활용되는 동산은 2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400조원인데 이를 토대로 받은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360조원에 달한다.

지난 5월 금융위가 ‘동산금융 활성화 전략’을 발표한 이후 지난달부터 시중은행이 본격적으로 관련 대출 상품을 내놓으면서 다양한 동산담보 취급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한 화장품 유통업체는 화장품 완제품을 담보로 10억 원을 대출받았다. 또 다른 기업은 이동식 크레인을 담보로 2억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한 기계제조업체는 ‘초정밀 고속 가공기’를 담보로 제공해 2.79%포인트 금리우대를 받기도 했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동산담보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은행권의 담보물 관리부담을 최소화하는 ‘신기술 기반 사후관리 표준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600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의 동산자산이 금융에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은행권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최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에게 위기에 처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에 대한 대출 회수 자제를 당부했다. 최 위원장은 “자동차 산업은 고용·생산·수출 등 국가·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자동차 부품 업체의 경영여건 악화는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지원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은행들이 ‘비오는데 우산 뺏는’ 행태를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기업·국민·우리·신한·농협·KEB하나은행과 대구·부산·경남은행장, 은행연합회 전무 등이 참석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