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설계사, 전속 설계사 추월
- 보험판매 경쟁 치열해지면서
- 관리부실로 상품 불완전판매
- ‘고아계약’ 등 소비자 피해 속출
- 정부, 영업 규제 등 강화키로

독립법인대리점(GA)의 성장은 기존 보험업계의 판도를 뒤바꿨다. 전속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보험사들은 2021년 새 회계기준인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을 앞두고 GA를 판매 채널로 활용하는 비중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상품 제작과 판매 분리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27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에이원(A1)프라자 12층 프리미엄에셋 퍼펙트지점에서 설계사들이 오전 조회를 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17 도입 이후에는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이 시급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전속 조직을 전폭적으로 육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점 유지비 등 고정비용을 지출하는 대신 보험 GA설계사에 판매를 맡기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GA설계사의 경우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회사에서 최소 경력 10년 이상 경력을 쌓고 이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대형 보험회사 소속 한 설계사는 “아무래도 GA가 상대적으로 높은 판매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주변 설계사 가운데 GA로 이적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GA의 고속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부산의 대형 GA 중 한 곳인 프리미엄에셋 강득용 대표는 “GA설계사 수가 전속 보험설계사 수를 넘어서면서 보험회사의 GA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험회사의 보험상품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보장성 보험의 판매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랑모아금융서비스 정대호 대표 역시 “보험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GA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며 “GA 소속 설계사들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사업 확장을 하겠다”고 말했다. 사랑모아금융서비스는 올해 초 부산진구 범천동에 사랑모아빌딩을 완공해 신사옥 시대를 열었다.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대형손해보험사들의 GA의존도가 50%를 넘었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대리점 판매 채널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1년 새 평균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손보사 10곳의 대리점 수수료는 1조87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1% 늘어난 규모다. GA들의 급격한 성장세에 따라 보험사들도 대리점을 통한 상품 판매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보험사들은 GA와 제휴하거나 아예 자사형 GA를 차려 대리점 판매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다만 불완전판매의 증가는 GA업체의 급성장이 불러온 부작용이다. 보험 판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보험연구원 안철경 선임연구위원과 정인영 연구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험상품 유지관리서비스의 중요성’ 보고서에서 “일부 보험사는 계약했던 설계사가 그만둬 관리가 소홀해진 이른바 ‘고아계약’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고, GA의 경우 조직적 차원의 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GA의 영업행위에 대한 자율규제를 보험회사 수준까지 강화할 계획이며, 소비자가 모집수수료 수준을 편리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GA 간 비교공시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