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내수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최근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최저임금 후속대책 등을 곧 내놓겠다 했지만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경제 성장 둔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 때 현재 3.0%인 올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을 무조건 밀어붙이기에는 우리 경제에 경고음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하는 모습이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 7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전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나 투자·소비 등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향후 경기에 대해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으로 회복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다.

고용절벽은 만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0만6000명 증가하며 5개월 연속 10만 명 전후에 머물렀다. 일자리 상황이 나빠지면서 소비 회복세도 점점 더뎌지고 있다. 실제 소매판매액지수는 3월을 정점으로 증가 폭이 줄고 있고 설비투자 역시 3개월째 하향 추세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통상 환경 악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부터 예상 가능했던 이슈”라며 “고용 부진이 이어지자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시인한 데 이어 불확실성 확대 조짐이 커지자 경기 뒷북 진단을 내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올해 인상 폭보다 감소한 10.9% 오른다. 고용지표 악화로 인상 ‘속도조절’에 들어간 셈이지만 소상공인업계는 경영악화와 고용기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악화하는 고용 현실에도 불구하고 10%가 넘는 고율 인상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경기 회복세가 일자리·민생 개선을 통해 체감될 수 있도록 신속한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함께 내년에도 3조 원 한도 내에서 일자리안정자금을 집행하기로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도 우리 경제 활력은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며 “구조적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와 동떨어진 내수 불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