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소속 컨테이너선이 해상에서 조난당한 미국인 2명을 구해 화제다.

13일 현대상선에 따르면 미국 서해안을 지나던 ‘현대 방콕호’에 지난 11일 저녁 긴급구호 무전이 타전됐다. ‘미국인 2명이 탄 보트가 북북서 9마일 지점에서 표류 중인데, 난파 직전’이라는 미국 해양경비대(USCG)의 무전이었다.

무전을 수신한 노창원 현대방콕호 선장은 즉시 “선수를 북북서로 돌려 전속력 항진하라”고 명령하고 선원들에게 구조 준비를 시켰다.

보트 조난 지점은 해안에서 160㎞ 떨어진 망망대해였다. 당시 바다에는 시속 28노트의 비바람이 몰아치며 3m 넘는 파도가 치고 있었고,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렸었다.

전속력으로 달려 현장에 도착한 현대 방콕호 선원들은 인명구조용 보트를 내리려 수차례 시도했지만, 거센 풍랑과 높은 파고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선원들은 직접 몸에 밧줄을 묶고 현대방콕호 외벽계단을 타고 내려가 조난보트에 접근했다. 선원들은 20대 1명과 30대 1명 등 총 2명의 미국인 조난자를 밧줄로 구조해 현대방콕호로 안전하게 옮겼다. ‘S.O.S’ 신호 수신 73분만인 현지시간 오후 9시 23분 구조작전은 모두 마무리됐다.

현대방콕호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항에 도착, 구조한 미국인들을 USCG에 안전하게 인계했다.

6800TEU급 컨테이너선인 현대방콕호는 23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다. 램차방(태국)→바리어붕따우(베트남)→가오슝(대만)→부산→로스앤젤레스(미국)→오클랜드→부산→가오슝→홍콩을 경유하는 노선을 운항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13일 “이번 구조 활동으로 입항 일정이 다소 지연됐지만, 인도적 차원의 구조 활동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평소 정기적으로 실시해온 비상대응훈련으로 악천후 속에서도 조난자를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구조된 미국인 조난자 2명(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 다섯 번째)이 ‘현대 방콕호’에서 하선하기 직전에 노창원 선장(뒷줄 오른쪽 첫 번째)을 비롯한 선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현대상선 제공

‘현대 방콕호’가 조난된 보트를 발견하고 구조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상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