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년간 그룹 이끈 혁신형 총수
- 매출 30조 원대 불과 럭키금성
- 160조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
-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앞장
- 아들 교통사고로 잃은 뒤에
- 동생 아들 양자입적 경영수업

20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평소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보이면서도 경영에 있어서는 끈기와 결단력으로 23년간 LG의 정도경영을 이끈 ‘혁신형 총수’로 평가받는다.

	20일 별세한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빈소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와 LG그룹에 따르면 1975년 ㈜럭키에 입사하며 기업 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그룹의 회장직을 승계받은 1995년까지 과장, 부장, 이사, 상무 등의 직위를 차례로 거치며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특히 1985년 이후 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전무와 부사장 직책을 맡아 경영 전반의 흐름을 익혔고, 1989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LG그룹 주요 사업의 핵심 의사결정권자가 됐다.

회장 취임 직전인 1994년에는 주변의 반대에도 그룹의 CI(Corporate Identity)를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꿨다. 이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CI 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고인은 회장 취임 이후 전기·전자 부문에 주력하며 LG전자와 LG유플러스 등을 그룹 핵심 계열사 반열에 올려놓는 등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거듭했다. GS와 LS 등 기존 계열사를 그룹에서 떼어내고도 LG그룹의 전체 매출 규모는 1994년 말 30조 원대에서 지난해 말 160조 원대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경영 행보 덕에 LG는 국내 재계 서열 4위 그룹으로 올라서며 경제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1989년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거쳐 1999년에 접은 것은 LG그룹이 해당 분야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뒤쳐지는 결과를 낳았다.

고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대외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1989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에 선임됐고, LG상록재단 이사장과 LG연암문화재단 이사장, LG프로야구 구단주 등도 지냈다. 특히 2015년 ‘LG 의인상’을 제정하며 사회 정의를 위해 힘쓴 시민에게 상을 수여하는 등 LG가 ‘바른 기업’ 이미지를 쌓는 데 공을 세웠다.

고인은 슬하에 아들과 딸 둘을 뒀으나,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동생 구본능(69) 희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40)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을 2004년 양자로 입적해 경영 수업을 받도록 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