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공회의소 제23대 회장단 구성을 놓고 지역 상공인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임기를 시작한 허용도 회장이 선거 과정에서 자신과 맞붙은 특정인을 의도적으로 배척해 취임 일성으로 지역 상공인 간 화합을 내세운 허 회장의 리더십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2일 부산상의 안팎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달 16일 23대 집행부 출범을 위한 임시총회에서 선출된 직후 5인 전형위원회를 구성해 부회장단 18명과 상임의원 20명을 인선하는 권한을 총회에서 넘겨받았지만, 회장단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임 회장은 취임 전 회장단을 꾸려 3년 임기를 함께 시작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허 회장은 지난달 19일 공식 취임 전후 상근부회장, 감사 3명만 정하고, 부회장 18명과 상임의원 20명은 취임 열흘이 넘도록 공석이다.

왜 회장단 구성이 어려울까. 허 회장은 “상대 진영에서 선거 과정에 저에게 동반 사퇴를 요구한 사람을 부회장으로 추천한 것은 받아들 수 없다”며 “상의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조만간 회장단 구성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 회장이 말하는 상대 진영은 경선을 벌인 동일철강 장인화 회장이다. 허 회장은 올해 초 장 회장과 22대 상공의원을 대상으로 합의추대를 위한 경선에서 승리했다. 허 회장은 이후 지역 상공계 화합을 위해 장 회장 측과 상공의원과 회장단 구성을 일정 비율로 추천하는 것에 합의했다.

문제는 ‘동반 사퇴를 요구한 사람’이다. 지난해 12월 장 회장이 출마 선언을 하기 전까지 6개월 가까이 허 회장과 치열한 선거전을 벌였던 와이씨텍 박수관 회장을 말한다.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장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지역 상공계 화합을 위해 허 회장도 동반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장 회장 측은 부산을 대표하는 호남 출신 기업인으로 지역 사회의 신망이 두텁다는 명분으로 4선 부회장을 지낸 박 회장 등 8명을 부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장 회장은 “박 회장은 한 번도 부회장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지만, 지역 상공인 대다수는 박 회장이 당연히 회장단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화합을 위해 허 회장을 합의 추대했고, 본인도 화합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했는데 선거 과정에서 생긴 앙금 때문에 상공인 간 갈등을 심화하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