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개 국가에서 들여오는 철강 제품에 차별적으로 관세를 물리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19일 밝혔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기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일부 국가에게만 선별적으로 관세를 높게 부과할 경우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1조의 안보예외 조항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WTO제소 방향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아웃리치(외부접촉)을 통해 최종 제재 수위를 낮추겠다는 소극적인 행보에서 한발짝 나간 조치다.
앞서 미 상무부가 공개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에는 ▷모든 국가의 철강 수출을 2017년 수준의 63%로 제한하는 쿼터(할당) 설정 ▷모든 철강 제품에 24% 관세 일률적 부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12개국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53%의 관세를 부과하라는 안이 담겨 있다.
강 차관보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수입 품목에 무역 제재를 가하는 무역확장법 232조가 GATT 21조의 ‘안보 예외’ 조항에 위배되는지가 WTO 제소의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2개국에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부분은 예외 조항 적용이 어렵다고 본다”며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적 조치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주문과 시점이 맞아떨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강 차관보는 지금까지의 설득 노력이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에 “우리 주장을 뒷받침할 통계와 논리를 보강하고 아웃리치 대상도 과거보다 폭 넓고 고위급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2개국에 선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안이 결정될 경우 “우리나라에 매우 큰 타격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전체 대미 수출의 약 50%를 차지하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