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연합뉴스 사진

금융·과세·사법 당국이 제각각 고강도의 가상화폐 규제안을 마련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런 정부의 시장 규제가 오히려 가상화폐 투기 열풍에 부채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투기 자금의 운용이 어려워질 수록 거래될 가상화폐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일 과세 당국에 따르면 국세청 등은 가상화폐거래로 발생한 소득에 세금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도 최악의 경우 가상화폐거래소 자체를 폐쇄하는 특별법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오는 11일까지 6개 은행의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계좌들에 대해 특별검사를 한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감원은 오늘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합동점검에 착수했다.

가상화폐거래소와의 거래에 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개별 계좌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 의심거래보고(STR) 등 내부통제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고위험 거래’로 분류돼 은행들이 의심거래 등에 대해 40개 이상의 항목을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난달 기준, 6개 은행의 가상통화 관련 법인계좌수는 111개로 예치잔액은 2조670억원이다. 법인계좌에는 각각 가상통화 관련 자금 입출금이 이뤄지는 가상계좌가 존재하는 데 규모는 수백만개로 추정된다.

이번 점검 결과는 금융당국이 준비 중인 금융권의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업무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반영된다.

금융회사에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해 강도높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할 경우 가상화폐거래는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거래소는 입출금이 어려워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은행과 가상화폐거래소와의 거래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 정부는 이 달 안에 ‘거래 실명제’ 시스템을 구축해 대포통장 등을 통한 차명거래를 막을 예정이다.

지난달 중순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가상화폐거래소의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준비위원회에는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4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자율규제안은 가상화폐거래소 운용시 자기자본을 20억 원 이상 보유하고 금융업자에 준하는 정보보안시스템, 정보보호인력 및 조직을 운영하도록 했다.

또 거래소의 투자자 원화 예치금은 100% 금융기관에 보관하고 가상화폐는 70% 이상을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에 의무적으로 보관하도록 했다.

콜드 스토리지는 인터넷과 분리된 저장장치를 말하며 해킹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밖에도 거래소들은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 본인의 것으로 확인된 1개의 계좌로만 입·출금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입·출금을 통제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당국 규제가 오히려 가상화폐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8일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암호화폐(가상화폐) 불법화는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힘들고 암호화폐의 희소성을 높이고 도피 수요를 만들어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암포화폐 불법화는 단순히 실거래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가 사용한 일반 통화로의 환전이나 보유 자체를 금지하는 포괄적 규제다”며 “그러나 거래·보유 등을 금지한다고 암호화폐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동시에 거래를 금지하지 않는 이상 거래가 가능한 다른 나라 통화로 환전한 후 이를 다시 우리나라 통화로 환전하면 된다”며 암시장 등에 대한 우려도 덧붙였다. 또 “암포화폐가 많은 비판에도 일정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며 “암호화폐의 가격 상승은 현 통화시스템에 대한 미래의 불안도 일부 반영된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