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1년5개월 동안 이어진 사상 최저 금리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한은은 30일 개최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은 201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2012년 7월 3.25%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것을 시작으로 5년여 동안 8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지난해 6월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떨어진 기준금리는 17개월 동안 동결된 바 있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에는 국내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4%(속보치) ‘깜짝 성장’했고, 북한 리스크와 사드 갈등에 위축됐던 소비심리도 지난달 6년1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도 고려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인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낮으면 자본 이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초저금리 기조 속에 1400조 원 이상 불어난 가계부채도 금리 인상을 통해 증가세를 묶어둘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이주열 총재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상승률도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통화정책의 실질적인 완화정도가 더 확대되면서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동안 저성장, 저물가에 대응해 확대했던 통화정책 완화의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1, 2회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 회복세가 반도체 등 일부 수출 대기업의 주력 업종에 치우친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면 산업 경쟁력 약화와 내수경기 타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경기 상황과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등이 추가 금리인상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