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구속수감 후 직무대행
- “경영쇄신… 새 출발할 때” 당부
- 이사회 의장직도 내년 3월 사임

- 경제계 ‘박수 칠 때 떠난다’ 속
- ‘준비된 경영자 교체’ 시각도
- 3년 정체 사장단 인사 맞물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으로 사실상 ‘총수 대행’ 역할을 해온 권오현 부회장이 13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권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용퇴 결정으로 삼성그룹이 총수 공백 장기화에 더해 ‘리더십 위기’에 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그룹 전체에 ‘인사 태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 부회장은 이날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문 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및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만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겸직하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권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수감되고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까지 물러난 상황에서 ‘총수 대행’ 역할을 해왔다.

권 부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나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급격하게 변하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퇴진 이유를 설명했다.

권 부회장의 전격적인 퇴진 선언에 대해 재계에서는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수 칠 때 떠나겠다’며 정점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으로 생긴 총수 공백의 ‘구멍’이 한층 더 커지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날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공판이 시작된 것과 이번 결정이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재계 안팎에선 권 부회장의 용퇴 선언이 글로벌 기업들의 ‘준비된 경영자 교체’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GE(제너럴 일렉트릭)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최고경영자(CEO)가 퇴임을 예고하고 후계자를 정한 뒤 원만한 인수인계 뒤 물러나는 관행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권 부회장이 이날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에게 사퇴 결심을 전하고 후임자도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힘에 따라 조만간 후임 인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의 퇴진에 따라 그동안 ‘전문경영인 3각 체제’를 구축해온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장 등도 조만간 물러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어 이럴 경우 올해 말 삼성전자는 대규모 인사 폭풍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제대로 된 사장단 인사가 없었다.

권 부회장은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 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과 반도체 사업부 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으며 지난해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도 겸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