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미 장관후보·장하성 실장
- LTV·DTI 환원 가능성 시사 속
- '시장 민감성' 정부 내 입장 차

- 부동산 시장 활황 계속된 부산
- 전매제한 등 '강수' 배제 못해

정부가 급속도로 증가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급등세인 주택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 말 현재까지 전국 최고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어 향후 정부의 규제책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본격적인 조정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새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급 인사들 사이에서도 전체적인 규제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가계대출, 부동산 시장 과열의 심각성과 전체 경기 부양의 중요성 같은 세부적 입장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 "LTV·DTI를 환원할 가능성 커"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 가능성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불을 지폈다. 김 후보자는 최근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푼 것이 지금 가계부채 문제를 낳은 요인이 됐다"며 구체적으로 지적해 가계부채 규제를 시사했다. 이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지난 4일 "부동산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종합시스템이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현행 제도 내에서 어떻게 조절할 것이냐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가계부채 조정 가능성을 높였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강력한 수단 중 하나는 DSR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지만, 다소 시일이 걸리는 만큼 우선 다음 달 말 완화 조치가 종료되는 LTV와 DTI를 환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현재 각각 70%와 60%인 비율을 원래대로(50%) 되돌릴 경우 빌릴 수 있는 대출금이 줄고 개인이 자력으로 부담해야 하는 자금이 커지므로 투자용 부동산 매입이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LTV가 70%라면 시가 3억 원 아파트를 구매할 때 2억1000만 원을 빌릴 수 있는데 이 기준이 50%까지 낮아지면 빌릴 수 있는 자금이 1억5000만 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DTI는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를 정한 것으로, 역시 이 비율이 줄어들면 대출금 한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부산지역 아파트 가격은 전국 최고수준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고 가계대출도 크게 증가해 LTV·DTI 환원에 따른 영향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부산지역 주택 가격은 1.25% 상승해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서울은 0.80%, 전국평균은 0.33%였으며 최근 급상승 중인 세종시도 0.94%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 배경에는 저금리와 높은 담보비율이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3월 부산지역 가계대출 총액은 1조220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468억 원에 비해 3배가량 급증했다. 그러나 한국감정원부동산거래현황을 보면 올해 1~3월 부동산 거래량은 1만860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684건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 상대적으로 투자금이 큰 재건축·재개발단지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것이다. 부산은 지난해 이미 많이 올랐으므로 굳이 대출해서 투자하는 경우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본격적인 관망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도"

가계대출 규제 외에 또 다른 형태의 부동산 규제책이 함께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부산은 아파트 청약시장 활황이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만큼 서울 강남지역과 함께 전매제한 등의 추가 규제가 적용될 수도 있다.

동의대 강정규(부동산금융·자산경영학과) 교수는 "부산은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별다른 요인이 없음에도 뾰족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남으면서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통한 전매제한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규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감지된 후 부동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변수다.

7일 청문회를 앞둔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중장기 대책으로 오는 2019년까지 DSR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여신심사를 선진화하겠다는 방침은 밝혔지만 완화된 LTV·DTI 기준을 환원하는 데 대해서는 가계부채 추이를 보아가며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용 시점과 규제 수준에 따라 지역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송이 김미희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