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으로 탄력이 붙은 민간 기업의 '정규직 전환' 결정을 놓고 일부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이하 SKB) 전국센터협의회는 SKB가 전날 이사회를 통해 확정한 '협력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전원(5200명)의 정규직화'를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 협의회는 SKB의 협력업체(홈센터 등) 대표들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은 SKB의 이번 결정으로 자신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처지에 놓였다는 우려 때문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SKB는 협력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근로자를 그 상태(협력업체 소속)에서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신설되는 자회사에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정규직화에 나서고 있다. 이는 사실상 '협력업체의 폐업'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SKB는 지난 22일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신설되는) 자회사 센터장으로 재고용하거나 회사 관련 유관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 다양한 보상 방안을 마련겠다"고 약속했다.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잡음은 금융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올해 안에 무기계약직 3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씨티은행에서는 노조가 "(사측이) 정규직 전환 발표를 통해 마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사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사측이 '여론 전환'이나 '노동조합 달래기' 목적으로 이 같은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현재 씨티은행 노조는 사측의 점포축소 정책에 반발해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민간 기업의 정규직 전환 결정과 관련한 일부 조직의 이 같은 반발은 '기업들이 새 정부 정책 코드에 발을 맞추기 위해 생색내기식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일자리 확대'라는 대승적 차원의 결정을 내렸다기 보다 새 정부 정책 기조에 편승해 보여주기식으로 정규직화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신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결정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3일 "하도급 계약을 맺은 인터넷 설치·수리 기사 1000여 명을 다음 달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에도 협력사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각계의 요구에도 꿈쩍않던 LG유플러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강조되자 서둘러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