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잡이 '죽방렴' 활용
- 소형 조력발전기 제작
- 전기생산 비용 획기적 낮춰

- 심장순환 방식 실린더 특허
- 소형 수력발전기 개발 완료
- 풍력 발전기 테스트 진행 중

바닷가 출신 약사가 창업자로 변신했다. 주력 제품은 파력발전기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겪은 한정에너지 한영환(50) 대표는 섬 지역에서 열악한 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보고 20년 가까이 이어온 약사 생활을 접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비싼 발전기 개발 비용을 '싸게' 만들었는데,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한정에너지 직원들이 자사가 개발한 풍력발전기를 손보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발전기에 심장순환방식 도입

한정에너지는 파력 풍력 수력 발전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파도와 바람은 함께 움직이므로, 작은 운동에너지를 활용해 바다에 띄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조류를 활용한 기술은 남해의 전통 양식 방식인 죽방렴을 참고했다. 죽방렴은 바다에 대나무 막을 조류가 흐르는 곳에 'A'자 형태로 세우는 것으로, 물살을 활용해 멸치 등 어류를 그물망으로 모는 방식이다. 물살이 갈라지며 느려진 물살에 고기가 모이며, 물살 속도 차이 때문에 그물망 뒤편에는 와류가 형성돼 고기가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한 대표는 이를 활용해 소형 조력 발전기를 만들었다. 죽방렴과 같은 'A '자 형태의 발전기를 달아 조력을 이용해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이 터빈은 갈라진 물살에서 나오는 와류를 활용해 움직인다.

이 기술은 발전기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 이외에도, 50㎝ 이하의 작은 조류에도 충분히 전기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한 대표는 "우리나라 특성상 1m 이하의 작은 파도가 매우 잦다"며 "바다 어느 장소에서나 안정적인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전공 특성을 살려 심장 순환 기능을 적용한 실린더도 개발해 특허 출원에 성공했다. 심장의 심방과 심실, 판막 기능을 흉내낸 이 실린더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매개체인 용액이 실린더 내부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유도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파도의 상하운동이 이 실린더를 거치면 유체의 흐름에 따라 한 방향으로 흘러 전기가 생긴다.

한 대표가 개발한 수력발전기는 이미 개발 단계를 거의 마쳐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갈 전망이다. 보를 만들어 물을 위에서 떨어뜨려 얻는 위치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기존 수력발전기와 큰 차이를 보인다.

	한정에너지 한영환 대표가 3D 프린터로 실린더에 들어갈 부품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서순용 선임기자

한 대표는 자체 개발한 실린더를 바탕으로 물이 흐르는 곳 어디에서나 활용할 수 있는 수력발전기를 만들었다. 가령 자연하천에 설치하면 물의 흐름을 바탕으로 전기를 생산해 이를 가로등이나 CCTV 운영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전국 550개, 하루 2500만 t 규모의 하수처리장에도 수력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초당 2m 정도의 유속만 확보가 되면 충분히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며 "물살만 흐르는 곳이면 어디든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같은 기술들을 고루 적용해 발전기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한 대표는 "석탄 또는 화력 발전기 대비 비용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야 상업성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수력 발전기는 실증테스트를 마쳤으며, 조력과 풍력 발전기는 데이터 수집 단계인 수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안가 사는 사람, 전기 혜택 고루 누리길

	한영환 대표

경남 남해가 고향인 한 대표는 어린 시절 어부인 아버지가 바다에 조업을 나갔다가 사망하는 슬픔을 겪었다. 가슴 속에 품은 슬픔은 20년 전 동남아시아의 한 해변가에서 열악하게 살아가는 소년들을 보며 다시 드러났다.

한 대표는 "선박을 사는 대신 내 제품을 사면 해안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위험한 일을 하는 대신에 보다 안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소회했다. 이를테면 한 대표가 파는 발전기를 사서 해상 펜션을 운영하는 데 사용하거나, 섬 지역 육지 펜션장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섬 지역에서 비교적 안전한 일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대표는 "매출도 당연히 올라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꿈꾸는 세상은 내 기술이 섬 지역 사람들에게 고루 전파되는 것"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섬에서 사는 소년들이 나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