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씨티은행 등 금융권도
- 문 정부 일자리 정책에 응답

- 일부 고용시장 경직 등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이 공공 부문에서 민간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결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IT와 금융 관련 주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 같은 기류에 동참했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추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기업과 재계의 속내가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임금 상승과 신규채용 감소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SK그룹의 통신 관련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는 23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설립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이는 자사의 하청 대리점 직원 52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그간 SK브로드밴드는 자사와 위탁 계약을 맺은 103개 대리점(5200명)에 인터넷망 설치 등의 업무를 맡겨 왔다. 이들 대리점 직원은 다음 달 초 신설되는 자회사에 새로 채용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된다.

이번 사례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국내 재벌 그룹 중 처음으로 이뤄진 정규직 전환 결정이다. 특히 자사 직원도 아닌 협력업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중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SK의 이번 결정이 주요 대기업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신한은행은 비정규직의 40%를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보면 이 은행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781명이다. OK저축은행도 비정규직(297명)의 30%를, 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각각 3000명과 300명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NH농협은행 역시 비정규직 감축 계획을 조만간 내놓는다.

민간 기업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은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가 테이프를 먼저 끊은 상황에서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구현한다는 방침에 따라 앞다퉈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정규직 전환이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우선 정규직 확대에 따른 임금 상승과 고용시장 경직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다양한 종류의 비정규직(계약직·파트타임·파견직 등)을 획일적으로 정규직화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과 IT 분야의 경우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비정규직을 섣불리 정규직으로 바꿀 경우 업무 추진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민간기업 정규직 전환 계획

SK브로드밴드- 하청직원 5200명 전원

신한은행- 비정규직 781명 중 40%

OK저축은행- 비정규직 297명 중 30%

기업은행- 무기계약직 3000명

씨티은행- 무기계약직 300명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