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획기적 태권도화 개발 불구
- 소비자 외면에 첫 회사 폐업

- 재창업 도전 땐 해외시장 집중
- 이탈리아업체엔 직접 홍보도
- 28만 켤레 수출 성공 32억 매출

신발 제조업체인 우스무스코리아 강태현(56) 대표는 이번이 두 번째 사업이다. 이전 사업에서 태권도화에 획기적인 기술을 심었지만, 제품 기술력 이외에 사업에 관한 경험이 없어 결국 문을 닫았다. 한때 '나쁜 마음'을 품기도 했다는 강 대표는, 부산경제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개인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새로운 사업장을 꾸렸다. 벌써 이탈리아에 패션화를 수출해 3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우스무스코리아 강태현 대표가 부경대 용당캠퍼스에 마련된 창업지원공간의 3D 프린터기를 활용해 완성한 신발 밑창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패션화, 이탈리아에 통했다

강 대표는 디자인을 전공해 신발업체 입사를 시작으로 수십년 동안 신발 관련 업무를 봤다. 공장 생산라인부터 디자인까지 신발 제조의 전 공정을 꿰뚫고 있다. 우스무스코리아를 만든 현재, 강 대표는 손수 신발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패션화를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탈리아로 28만 켤레 수출에 성공했다. 벌어들인 돈은 자그마치 284만 달러(32억 원).

강 대표는 "한국인을 노린 디자인은 실패 가능성이 커 전 세계 사람들이 선호하는 보편적인 디자인으로 승부를 봤다"며 "이탈리아 업체에 직접 메일을 보내 상품을 홍보해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대표가 주력하는 신발 제품은 패션화가 아니다. 강 대표는 현재 노인용 기능성 신발 제작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당뇨병 환자용 신발이다. 우선 가족이나 간병인 등 타인이 노인의 신발을 신기기 편하게 신발을 제작했다. 또 원단을 직접 짜는 공법을 통해 재봉 부위를 최소화했다. 이 작업의 효과는 당뇨병 환자가 신발 안감의 거칠한 측면에 상처를 입을 가능성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외에도 음이온 나노 원단으로 혈액순환을 돕고,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밑창을 직접 디자인했다.

강 대표는 국내 신발 대기업을 시작으로 외국계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일했다. 신발연구원에서도 연구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노인용 신발의 디테일은 신발연구원 재직 당시 이미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만든 것이다.

■10년 앞선 기술은 "필요없어"

우스무스 코리아 중국 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성된 신발을 검사하고 있다.

우스무스코리아 설립 이전에는 샹코리아를 운영했다. 당시에 주력으로 삼았던 제품은 태권도화다. 강 대표는 "당시 개발했던 태권도화는 시장의 기대치를 10년 이상 앞당겼다"며 "유명 브랜드 태권도화와 비교해도 질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모되기 쉬운 태권도화 밑창은 11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 개로 통일된 타 브랜드 제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발의 힘이 실리는 부분이 발바닥 부위마다 달라 11개의 각기 다른 조각을 만들어 마모를 최소화했다. 이를테면 발가락 끝 부분과 뒷꿈치, 발볼 좌우의 밑창이 모두 다른 디자인이 적용됐다. 특히 돌려차기 회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형 디자인을 발바닥 앞과 뒤 두 부분에 적용한 것도 눈에 띈다. 앞에만 달린 원형 디자인이 적용된 타 브랜드와의 차이점이다. 이렇게 되면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땀이 많이 나는 운동화에 속하므로, 통기성에도 신경을 썼다. 강 대표는 "한 달에 두 켤레씩 갈아 신는 선수들이 우리 제품으로 6개월이나 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시장의 기대치를 월등히 앞서는 제품 개발에는 비관적이다. 과거 사업 실패 경험 때문이다. 강 대표는 "지나치게 좋은 제품을 내 놓으면 오히려 소비자들로부터 저평가를 받는다"며 "지금은 다양한 제품군을 구성해 시장 상황에 따라 조금씩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내놓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지금도 과거 쓴맛을 보여줬던 태권도화를 담은 박스를 사무실 한켠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기업가 정신, 매우 중요

신발 제품군. 서순용 선임기자

강 대표 역시 과거 사업 실패를 통해 깨달은 바가 크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폐업 이후의 마음가짐이다. 강 대표는 "협력업체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폐업'을 했다"며 "사업을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최소한 주변에 금전적인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소회했다.

강 대표가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은 여기서 출발한다. 비록 실패했지만, 사업 동반자와의 관계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해서는 재기를 노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지금도 가격을 지나치게 낮춰 경쟁 기업의 상황을 어렵게 만들지 않는다. 또 제품 디자인을 의뢰하는 사업 동반자에게 무료로 디자인을 검토해주는 등의 호의를 베풀고 있다. 손해일지도 모르는 행동에 대해서, 강 대표는 "모두가 잘 사는 행동"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강 대표는 "사실 사업 조언을 구하는 후배 기업인에게 최대한 말을 아낀다. '나 처럼' 될까봐 두려워서다"면서도 "특허를 믿고 시장에 함부로 뛰어들지 말고, 시장을 냉정히 분석해 상황에 맞는 제품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