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달청 단가 ㎥당 6만6130만 원
- 사급보다 15% 싸 공급순위 밀려

- 개별 계약, 자체 제작시설 도입
- 시, 자체 골재원 발굴도 검토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모래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도로 터널 등 한시가 급한 부산지역 관급 공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관급 공사 레미콘 가격이 사급에 비해 15% 가량 낮아 관급 공사장이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멈춰선 레미콘 차량들. 국제신문DB

25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가 진행하고 있는 건설 현장은 50곳이다. 이들 사업장에서 필요한 레미콘은 모두 105만7563㎥로 당장 6월 말까지 9만4355㎥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모래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든 현장이 레미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00㎥ 이상 대량은 일주일 이상씩 공급에 지연을 겪고 있다. 남해 모래는 지난 1월 15일 이후 채취가 완전히 중단됐다가 지난 2월 국토부가 채취를 허가했지만, 채취 범위 등을 놓고 해수부와 합의를 하지 못하면서 석 달째 수급이 중단된 상황이다.

관급 공사가 유독 레미콘 수급에 차질을 빚는 이유는 사급에 비해 단가가 낮기 때문으로 부산시는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관급공사 레미콘 단가는 ㎥당 6만6130원인 데 반해 민간 건설현장 등으로 납품되는 사급 레미콘 단가는 이달 기준 7만7960원이다. ㎥당 가격 차이가 1만1800원이나 나다보니 물량 부족을 겪고 있는 레미콘 업체들이 단가가 높은 사급 물량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장안~임랑 도로건설, 진태고개 생태축 연결터널 건설사업 등 당장 하반기 준공 예정인 현장의 경우 조달청을 통하지 않고 개별 레미콘사와 계약해 조달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레미콘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대형 공사장에는 현장에서 레미콘을 자체 제작 가능한 시설을 설치한다. 실제로 시는 지난 3월 산성터널 공사 현장에 레미콘 제작시설을 설치해 하루 800㎥씩 생산하고 있다.

시는 또 조달청에 관급 레미콘 단가를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조달청은 1년에 한 차례씩 관급공사 자재비를 재책정하고 있어 다음 달 중 물가상승분 등을 반영한 올해 가격이 책정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바닷모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부순모래와 바닷모래의 비율을 6:4에서 7:3으로 조정하는 방안과 석산 등 부산시 자체 골재원 발굴도 검토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모래 파동이 장기화되면 공사 기간 지연은 물론이고 공사비도 상승하는 등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우선은 새로운 관급 레미콘 납품 단가가 책정되는 5월 말까지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