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면서 구도(球都) 부산이 들썩이고 있다. 단순히 사직구장 주변 상권의 매출 증가를 넘어 조선·해운 등 주력 산업의 불황으로 침체된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신바람 효과'까지 내고 있는 것이다. 지역 사회에서는 "'사직벌'이 들썩이니 부산도 날아오를 것"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13일 현재 롯데 자이언츠는 7승3패로 kt 위즈 등과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롯데가 순위판 맨 위에 자리한 것은 2013년 4월 12일 이후 정확히 4년 만이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복귀와 함께 무서운 상승세다. 1992년 이후 25년 만에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직구장을 떠났던 팬도 다시 몰려들고 있다. 개막 이후 롯데는 홈에서 5경기를 치렀는데, 이 기간 총관중은 8만26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경기 수 대비 36%나 늘었다. 롯데는 이대호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9년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인 138만 명을 기록했으나 이대호의 해외진출과 팀 성적 하락으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00만 명을 밑돌았다. 하지만 이대로만 간다면 4년 만에 100만 관중 재돌파는 물론, 역대 최다 관중 기록 달성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인근 상인들도 올시즌 대박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직구장 맞은편 자이언츠 파크 상가 튀김·떡볶이 가게인 '더 바삭'은 전년 대비 매출이 배 가까이 오르는 등 일대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롯데마트도 지난 1~11일 부산지역 매출만 전년 대비 10.0%(전국평균 3.3%) 신장했다.

'롯데 효과'는 지역 경제 전체에도 파급력이 크다.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의 '한국 프로야구 산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롯데의 지역 경제 파급 효과는 2313억 원으로, 8개 구단 중 최고였다. 지역 고용 효과도 21만 명에 달했다. 현재보다 18경기나 적었던 2010년 당시 롯데의 순위는 4위였다. 따라서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 물가 상승분까지 감안한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최소 3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단순히 수치상의 효과뿐만 아니라 경제 의욕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올해 설 무렵 조선기자재업체를 퇴사한 진상석(51) 씨는 "최근 롯데 경기를 보러 수차례 갔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역전승을 보면서 '인생 역전, 다시 뛰자'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부산발전연구원 주수현 선임연구위원은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이라는 지역 이미지 제고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며 "연고 스포츠팀을 중심으로 공감대나 연대 의식이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갈등 구조가 해소되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이병욱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