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부터 주식시장에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공매도(空賣渡)란 '없는 것을 판다'는 뜻입니다.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빌려서 파는 것입니다. 주식 용어로 표현하자면 주식을 빌리는 것을 '대차거래', 파는 것을 '매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을 할까요?

이 역시 수익을 내기 위한 일종의 투자 전략입니다. 흔히 주가가 올라야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수익을 냅니다. 먼저 투자자가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한 주식을 빌려서 팝니다. 이후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서 빌린 주식을 갚습니다. 빌렸을 때와 갚을 때의 차익을 얻게 되는 겁니다. 물론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선 1969년부터 거래가 허용됐습니다. 유동성을 공급해 증시를 활성화하고, 거품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고도 합니다.

문제는 과도한 공매도로 인한 비정상적인 주가 급락에 기업과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행 제도나 정보 부족 등으로 개인이 공매도에 참여하는 비중은 극히 낮은 상태입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부산 기업 신라젠의 경우를 볼까요. 지난달 신라젠은 홈페이지에 '주식대여금지 협조 공고'를 올렸습니다. "최근 공매도 비중의 증가와 함께 회사 사업과 무관한 악성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제보들이 늘어남에 따라 최근 발생하는 공매도는 인위적으로 주가하락에 영향을 주어 단기매매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공매도 세력이 특정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는 것을 넘어서 일부러 기업 가치와 무관한 헛소문을 퍼뜨려 주가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들은 이득을 챙기지만 기업이나 개인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손실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신라젠은 이에 따라 주주에게 공매도의 선행 단계인 '주식 대여'를 해주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마련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공매도 비중 20% 이상(코스닥·코넥스 시장은 15% 이상) ▷공매도 비중이 직전 40거래일 평균보다 2배 이상 증가 ▷전날 종가 대비 주가가 5% 이상 하락한 종목 등입니다. 장 마감 후 세 요건에 모두 해당하는 종목이 있으면 다음날 공매도 거래가 금지됩니다. 거래소는 "공매도가 집중되는 종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고 공매도 관련 정보 비대칭을 완화할 것이다"며 "공매도 금지를 통해 주가하락의 가속화를 방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준에 따라 최근 2년 거래에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공매도 과열종목에 해당된 건수는 코스피 50건, 코스닥 40건이라고 합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