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 높은 제2금융권 검토
- 건설사 책임 전가땐 분쟁

지난해 발표된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은행권의 집단 대출 옥죄기가 강화되면서 부산에서도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한 신규 분양 아파트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정책 변화 등으로 집단 대출이 되지 않을 경우 계약자가 자기 책임 아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면서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부산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분양한 부산 동래구 A 아파트(1384세대)는 두 달이 지나도록 중도금을 대출해줄 은행을 찾지 못했다. 시공사 측은 주거래 은행을 포함해 제1금융권에서 대출해줄 은행을 물색했지만, 여의치 않자 최근 금리가 연 2~3% 높은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렸다. 한 제2금융권 기관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긴 했으나, 대출 이자 등의 부담을 고려해 첫 중도금 납부일까지 제1금융권 문을 다시 한번 두드려볼 방침이다.

같은 달 분양한 수영구의 B 아파트(421세대)와 지난달 선보였던 강서구 C 아파트(1210세대) 역시 첫 중도금 대출 납부 시점이 2~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중도금을 대출해줄 은행을 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년 전까지만 해도 신규 분양 단지 대부분은 중도금 대출 은행을 결정한 이후 분양에 나섰다. 특히 부산지역은 청약경쟁률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활황을 보여 한때는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을 해주겠다고 먼저 나설 정도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도금 집단 대출 은행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격이 됐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단지의 규모가 작거나 브랜드 파워가 비교적 약한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실수요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단지에서는 '입주자 모집 공고 시 금융시장 변화, 부동산 정책 변동 등에 따라 중도금 대출조건이 제한돼 집단 대출이 여의치 않으면 분양자가 스스로 조달해 기일 내에 납부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 책임을 계약자에게 전가하는 실정이다. 중도금 집단 대출에 실패해 각자 조달해야 할 경우 계약을 포기하거나 기한 내 중도금을 내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계약 파기에 따른 책임 소재와 관련한 분쟁도 잇따를 수 있다. 또 중도금을 받아 사업비를 조달하는 건설사의 아파트 정상 완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동의대 강정규(부동산금융·자산경영학과) 교수는 "투기자본과 실수요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급하게 대출 규제를 하다 보니 실수요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이라며 "분양권 전매제한 등으로 투기자본과 실수요자가 구분된 후 이에 맞는 금융 제재를 점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