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부선업계 "사실상 쫓아내기"
- 비대위 결성 실력행사 채비

"봉래동 물양장 부선(바지선) 계류장이 북항재개발사업이나 영도 도심 재생사업의 걸림돌이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부산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대승적으로 따라야죠. 하지만 대체 계류장을 만들어주지도 않고 할증료를 부과하며 정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한 달 보름 남짓 남겨두고."

	부선(바지선)들이 이중삼중으로 정박해 선박 안전을 위협하고 도시 미관을 해쳐 부산항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부산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 부선 계류장 전경. 부산예부선선주협회 제공

부산항만공사(BPA)가 부산항 북항에서 남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봉래동 물양장을 다음 달부터 정비하기로 일방적으로 통보하자(본지 2월 14일 자 2면 보도) 부산예부선업계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강력 반발하며 실력 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부산예부선선주협회는 20일 오후 2시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 앞서 19일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봉래동 물양장 부선 계류지 부족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부산항의 심각한 현안이었다"며 "하지만 지금 와서 협회와 협의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폭탄할증료를 부과하며 정비하겠다며 공문으로 통보하는 것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기관의 횡포여서 권익보호를 위해 실력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BPA는 봉래동 물양장에 계류한 부선들이 수용 한계를 넘어 도시 미관 침해와 함께 선박 통항 안전을 위협해 다음 달부터 할증료를 부과하며 정비하기로 지난 7일 협회에 통보했다. 봉래동 물양장의 부선 수용능력이 90척이지만 지난해 월 평균 계류 척수가 120척이고 최근에는 135척에 달했기 때문이다.

또 협회가 맡고 있는 물양장 부선 관리업무도 다음 달부터 부산항시설관리센터로 넘겨 무단 계류 부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문도 지난 10일 보냈다.

이에 협회는 "BPA가 진정 봉래동 물양장을 정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협의와 함께 대체 계류지를 확보한 후 추진해야지 아무 대책도 없이 폭탄할증료를 3월부터 부과한다고 통보하는 것은 사실상 쫓아내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협회는 "할증료 부과도 계류장 부족의 원인 제공자인 무단 계류 및 장기계류 부선부터 순차적으로 하는 것이 순리인데 협회와 논의 한마디 없이 공문 한 장으로 해결하려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협회 소속 물양장 관리자는 정박 중인 부선의 입출항과 장기 및 무단 부선 계류 상황을 BPA에 매일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회는 또 "물양장 관리를 협회가 맡게 된 것도 2005년 5월 부산항에 발생한 초대형 돌풍에 의해 60여 척의 부선이 떠내려가자 BPA와 해양수산부, 해경이 먼저 협회에 물양장 부선 관리업무를 맡아달라고 요청해서 시작된 것인데, 지금 와서 일방적으로 관리업무 해지를 통보하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식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조승환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청장은 "BPA가 협회와 사전 협의 없이 3월부터 할증료 부과와 함께 물양장 관리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봉래동 부선 계류장 문제와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협회와 BPA의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밝혀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흥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