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협회, 골재공장 가동 중단
- "우리도 행동에 나설 수도" 엄포
- 손놓고 있는 정부에 비난 쇄도

지난달 15일 남해안 EEZ 모래채취 임시허가 연장이 종료되면서 20일 넘게 모래채취가 전면 금지된 후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도 수산업계와 골재 및 건설협회는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하지만 대책회의 이후에도 대안을 내놓아야 할 정부가 여전히 손을 놓고 있어 수산업계와 골재 및 건설협회는 이미 예고했던 행동에 나서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형선망수협은 오는 15일 오전 7시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어업인 단체 중 처음으로 대형선망어선 100여 척을 동원해 남해 EEZ 모래채취 반대 해상 퍼레이드를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모래채취와 관련해 대형선망 어선들이 해상시위에 나선 것은 2008년 이후 9년 만이다. 대형선망수협은 2008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남해 EEZ 모래채취 허가 이후 채취량이 늘수록 고등어 어획량이 14만7945t(2008년)에서 8만9010t(2015년)으로 40%가량 급감함에 따라 선사들 대부분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생존을 위해 단체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특히 EEZ 내 105해구에서의 어획량만 보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이곳에서의 고등어와 전갱이 어획량은 2010년 대비 각각 84%, 95% 감소했다.

더욱이 대형선망이 주로 잡는 고등어와 전갱이 등 회유성 어종들은 바닷모래 채취와 기후변화로 인해 회유경로와 산란장이 일본 쪽인 101·102해구와 태평양 해역으로 변했지만 한일어업협상이 장기화하면서 이곳으로 조업이 불가능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고등어 성어기인 지난 1월 어획량이 급감해 부산공동어시장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12일 기준 공동어시장의 올해 총 어획량은 1만6614t으로 지난해 동기(2만9952t)에 비해 45% 감소했다.

대형선망수협 임준택 조합장은 "모래대란은 4대강 영향이 큰 데 정부와 건설업계는 어민들의 모래채취 중단 요구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모래채취가 연장될 경우 해상 퍼레이드에 그치지 않고 모래채취 해역에서 시위를 하는 등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선망수협의 해상시위가 다른 어업인 단체의 마중물 역할이 될 가능성이 커 정부와 골재 및 건설업체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산지역에 레미콘을 공급하는 부산 50개사도 예고했던 대로 모래수급중단 사태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4일간 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부산지역 주요 사회간접자본을 비롯한 건설현장에도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부산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당장 건설현장에는 치명적인 피해는 없지만 수급 차질이 길어지면 악영향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양측이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태가 계속되면 우리도 행동에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회원사의 목소리가 이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송이 이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