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등진 채 물개에게 접근하지 말 것'. 남극 세종과학기지 대원에게 들었던 주의사항이다. 해변의 물개는 사람이 다가가면 순식간에 달려들어 물어뜯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물개가 도망갈 수 있도록 바다 쪽은 비워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9년 독일의 한 기자는 사납게 달려든 물개에게 무릎을 물려 긴급 후송된 적이 있었다.
인간은 지금까지 수백 마리의 물개를 잔인하게 사냥했다. 물개 입장에서 보면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예부터 물개잡이 선원을 해적선, 노예선 선원과 함께 가장 거칠고 잔인한 부류로 간주해 온 것도 무자비했던 물개사냥의 한 단면을 말해 준다.

꼬리가 매우 짧은 물개는 귀가 작고 온몸에는 차가운 물에 오래 견딜 수 있도록 30만 개 이상의 잔털이 빼곡히 나 있다. 짧은 네 다리는 노처럼 생겨 헤엄을 잘 치게 한다. 최고 시속 25㎞까지 가능하다.

물개는 정력의 화신으로 불린다. 수컷 한 마리가 수십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기 때문이다. 번식기가 되면 한 무리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들은 목숨을 걸고 싸운다. 싸움에 이긴 수컷은 모든 암컷을 차지한다. 수컷의 생식기인 해구신이 최고의 강정제로 대접받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