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해운 법정관리

- 해운업 무지한 정부 구조조정 탓
- 대체 선사 현대상선 육성에 의문

# 선사 합종연횡 본격화

- 오션·디얼라이언스, 항로 재편
- 전체 항로수 늘고 신항 기항 줄어

# 향후 대안은

- '환적 인센티브' 선사 차등 적용
- 국적 인트라아시아선사 연계도

세계 7위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부산항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전후로 전문가들이 줄곧 주장하던 지적이 현실화되고 있다.
경영이 어려워진 정기 원양선사는 도산처리보다는 M&A나 정부지원이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한국 정부는 현재의 재무재표만을 들여다 보고 끝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해운에 무지한 정부 탓이라고 말한다. 이 여파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물류 중심인 부산항에 비수를 꽂았다.

세계경기 경기침체 속에 선전하던 부산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환적물동량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오는 4월부터 출범하는 글로벌 해운동맹의 항로재편 결과 부산항의 기항이 대폭 줄어 환적물동량의 이탈이 현실화됐다. 본지는 한진해운 몰락으로 기반 붕괴 우려가 현실화된 부산항의 현황과 향후 대응 방안을 진단해 본다.

■한진해운 몰락 부산항 물동량 감소

부산항만공사(BPA)는 올해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이 6m짜리 기준으로 1941만6000개에 그쳐 지난해(1946만9000개)보다 0.3%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입화물은 957만7000개로 지난해(936만3000개)보다 2.3% 늘어난 반면 지난해 처음 1000만 개를 돌파했던 환적화물은 984만1000개에 머물러 2.6%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환적화물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경제성장률의 둔화에 따른 해상물동량 자체가 감소한 데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환적화물 이탈이 주 원인으로 풀이된다.

■해운동맹 재편·해운물류시장 변화

기존의 2M, CKYHE, 오션3, G6의 글로벌 해운동맹은 오는 4월부터 2M, 오션, 디얼라이언스로 재편된다. 오션에는 코스콘·CMA CGM·APL·에버그린·OOCL, 디얼라이언스에는 하파그로이드· K-라인·MOL·NYK·양밍이 속해 있다. 최근 현대상선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은 2M에는 세계 1, 2위 선사인 머스크· MSC가 속해 있다.

최근 2M을 제외한 디얼라이언스와 오션은 올해 항로개편 결과를 발표했다. 디얼라언스는 전체 25개 항로 중 부산 신항 기항은 9개, 오션은 38개 중 9개인 것으로 밝혀졌다. 재편 전 기존의 3개 해운동맹의 지난해 부산 기항 항로 수는 25개였다. 주당 무려 7척이 준 것이다. 투입되는 선박이 2000TEU급이라 가정해도 당장 70만 개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한종길 성결대(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결국 새로 재편된 글로벌 해운동맹의 항로 수는 전체적으로 늘었지만 부산 기항 항로 수는 줄었기 때문에 부산항의 입지는 계속 좁아질 것이 확실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항로 수만 발표됐을 뿐 여기에 투입되는 선박 규모까지 감안한다면 환적화물의 감소는 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항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 데는 한진해운의 몰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 교수는 "부산항을 모항으로 하는 한진해운과 같은 글로벌 선사와 국내의 아시아 역내를 운항하는 국적 선사들의 노력이 적절하게 맞물리면서 부산항이 오늘날의 지위를 갖게 됐다는 점을 정부가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현대상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 북미항로의 경우 점유율이 한진해운의 3분의 1에 불과한 데다 한진해운에 비해 외국에서 영업을 한 경험과 실적이 부족해 당분간 부산항의 위상 추락은 불가피하는 것이다.

■부산항 환적화물 복원 대책은

지금까지 획일적으로 지급하던 환적 인센티브를 단기적으로 부산항을 적극 이용하는 선사별로 차별화하고, 중장기적으로 부산항의 환적 여건을 개선하는 데 투입해 선사의 환적비용을 줄여줘야 한다. 아시아 역내를 운항하는 국적 인트라아시아선사들의 부산항 기항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들이 부산항에서 처리한 환적물량 비중은 2015년 19%에서 지난해 21%로 200만 개에 육박한다.

김근섭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정책연구실장은 "환적화물의 터미널 간 수송 효율화와 운영사 통합 등 부산항의 환적 운영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해운동맹과 국적 인트라아시아선사와의 연계 환적 운송 증대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계획  (2017년 4월 이후) 해운동맹 회원 선사 국가 오션 (Ocean) 코스코(+CSCL) 중국 CMA-CGM(+APL) 프랑스 에버그린 대만 OOCL 홍콩 디얼라이언스 (The Alliance) 하파그로이드 (+UASC) 독일 K-라인 일본(2018년   7월 통합) MOL NYK 양밍 대만 2M 머스크 덴마크 MSC 스위스 비동맹 함부르크쉬드 독일 ZIM 이스라엘 완하이 대만 PIL 싱가포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