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가을 중국과 김치전쟁이 벌어졌다.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가 나가자 중국도 한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며 맞불을 놓고는 중국 내에서 한국산 김치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회충, 요충, 간디스토마, 주혈흡충, 장흡충, 폐흡충 …. 기생충은 이름만 들어도 징그럽고 혐오스럽다. 이들 기생충은 동물분류상 편형동물문으로 분류되며 세계적으로 1만~1만 5000종이 발견되고 있다. 대부분의 편형동물은 민물과 육상에 서식하며 숙주의 몸에 빌붙어 살지만 바다에 사는 4000여 종의 편형동물은 저서동물로 스스로 먹이사냥에 나서는 포식자의 지위를 가진다.

바다에 사는 편형동물은 땅 위의 기생충과 구분해 납작벌레로 통칭된다. 납작한 외형상의 특징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몸은 등과 배 쪽 모두가 편평하며 세로로 긴 편이다. 다이빙 도중 간혹 납작벌레를 만난다. 이들이 민물과 육상에 사는 기생충들과 사촌지간이라는 선입관만 버리면 작은 크기에 화려한 색깔로 인해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수중사진을 목적으로 다이빙을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촬영 소재감이지만 굴 양식을 하는 어민들에게는 골치 아픈 존재이다. 굴을 즐겨 먹는 납작벌레들은 바닥을 기어 다닐 뿐 아니라 자유롭게 유영하며 굴 양식장을 초토화시키기 때문이다. 굴 양식장을 덮친 납작벌레 한 마리는 열흘 동안 2, 3개체의 굴을 먹어치워 몸의 크기에 비해 대식가로 알려져 있다.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