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시장 나온 기술직 갈 곳없어
- 정부지원 퇴직자 재취업 사업
- 퇴직인력 통계조차 없어 한계

삼성·대우·현대중공업 등 '빅3'의 구조조정 여파와 맞물려 조선산업의 기술인력 유출에 비상이 걸렸다. 구조조정으로 고용시장에 나온 기술인력들이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인력 데이터베이스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대처에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소조선연구원은 정부로부터 2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조선 퇴직자 재취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대형 조선소에서 근무하던 기술자를 중소 조선업 또는 조선기자재업체에 취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크게 ▷퇴직인력 재취업 ▷고급 기술자 자문역 활용으로 나뉜다. 또 이들을 채용하는 중소 조선업체에는 지원금을 준다. 부산시 역시 기업들과 연계, 조선소에서 빠져나오는 인력의 재취업을 위해 고심 중이다.

중소조선연구원 김성환 원장은 "대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집적된 기술력을 차제에 중소기업에 활용하자는 취지"라며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중소업체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조선사 구조조정이 부산 강서구 녹산 국가산업단지와 미음산업단지 등에 포진한 지역 중소업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단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조선기자재가 포함된 운송장비 부문의 8월 기준 생산액은 전년 8월(743억3600만 원) 대비 2.6% 상승한 762억8400만 원을 기록했지만, 고용 수준은 3985명(지난해 8월 기준)에서 3196명으로 19.8%나 줄었다. 지역 업체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른 기술인력의 해외 유출 우려가 크다. 현재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조선소를 공격적으로 인수 합병하는 과정을 통해 '세계 1위' 기술을 가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2001년 수출액이 전년 대비 9%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8~15%의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와 올해 각각 0.9%, 2.1% 성장했다. 1980년대 초 일본 정부 주도로 시작한 조선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현재 중국과 엇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은 조선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당시 기술인력은 대거 한국으로 유입돼 국내 조선산업 성장을 뒷받침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 재취업에 그치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퇴직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조선소 중심의 성장과 구조조정은 과거 일본의 상황과 같다"며 "기술인력을 제대로 자체 흡수할 수 있어야 업황 회복 시 인력난에 허덕인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