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획량 감소로 가격 43% 올라

- 작년 5700원서 올해 8300원

- 올여름 유례없던 폭염도 한 몫

한일어업협정 결렬 여파의 장기화에다 올여름 폭염까지 겹치면서 '국민 생선' 갈치의 어획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50% 가까이 껑충 뛰었다. 주요 조업구역인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우리 어선의 진입이 금지되면서 갈치 기근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한일어업협상이 결렬된 후 현재까지 갈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59% 상승했다. 이달 갈치의 평균 소매가격(중품 1마리 기준)은 8306원으로, 지난해 10월의 5782원보다 43.7%나 비싸다.

갈치가 '금(金)치'라 불리면서 일반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게 예전만 못하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달 갈치 매출액은 지난 17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판물량도 대폭 줄었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최근 보름간 갈치의 산지위판 물량은 79만1327㎏으로 전년 같은 기간 205만399㎏의 40% 수준으로 줄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갈치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말 결렬된 한일어업협정의 타결 가능성이 당분간 불투명해 연중 가장 활발한 '황금 시즌'을 놓칠 것으로 우려되는 까닭이다. 갈치의 경우 통상 10월~다음 해 3월을 주 조업 기간으로 본다. 예년에는 이 기간 제주 서귀포 남쪽 200㎞ 이상 떨어진 일본 측 EEZ 내 어장에서 주로 조업이 이뤄졌지만 올해는 불가능한 상태다. 지역 수산업계에 따르면 해당 수역에서 우리 어민이 조업하는 갈치 어획량은 연간 어획량의 4~5%가량이지만 제철인 동절기의 경우 그 비중이 더 커진다.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도 갈치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 제주 근해 수온은 올여름 30~31도를 유지하는 등 평년보다 2도 정도 높았다. 이 때문에 갈치가 산란을 예년보다 일찍 마치고 제주·남해 어장을 빠져나갔다는 설명이다. 동해 어장에 중국 어선이 불법으로 갈치를 남획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상문 제주도어선주협회장은 "날이 추워지면 제주도 인근 해상에도 갈치 어장이 만들어지는데, 얼마나 형성되느냐에 따라 일본 측 EEZ 조업 금지에 따른 피해가 달라질 수 있다"며 "다행히 지금은 동중국해에서 갈치잡이를 하고 있지만 어업협정 결렬 상태가 계속되면 얼마나 피해가 더 생길지 짐작할 수도 없다"고 걱정했다.

갈치의 국내 수급에 문제가 예상되자 유통업체들도 직거래 및 산지 다변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갈치의 경우 국내에 자리 잡은 세네갈산(냉동)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산 생물 갈치, 필리핀산 생물 갈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