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용사별 관련 상품 출시 잇따라
- 보수 등 비용 이중부담 주의해야

개인들이 재간접펀드를 활용해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금융위는 우선 개인들이 실물자산에 간접투자를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부동산이나 SOC 등 실물자산 투자에 특화된 공모형 재간접펀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다만 같은 운용사가 굴리는 펀드에 대한 최대 투자 비중을 50%에서 100%로 늘리는 등 재간접펀드의 분산투자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실물펀드의 운용 제약이 풀려 펀드의 주목적 사업에 대한 금전 대여가 허용되고 일정 한도 내에서 차입도 가능하게 된다. 실물펀드와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에 한해 투자자별로 손익분배 구조를 차등화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공모형 재간접 펀드가 뜬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재간접펀드의 총설정액은 14조3502억 원이다. 이 가운데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공모형 펀드의 설정액은 5조6262억 원이다. 연초와 비교해 큰 변동은 없지만 이번 제도 개선으로 공모형 펀드의 설정액이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재간접펀드의 가장 큰 매력은 해외 주식이나 채권, 헤지펀드, 인프라·부동산 등 개인이 사기 어려운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안 투자 영역은 기관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재간접 펀드를 통해 개인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자산이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운용사들도 바빠졌다. 삼성자산운용은 유럽 공모형(UCITS)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헤지펀드 '삼성 솔루션 글로벌 알파'를 내놨다. 삼성자산운용은 주식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 등 다양한 자산군의 펀드오브펀드를 계속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 자체적으로 개발한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활용해 100여개에 달하는 투자 가능 펀드 풀(pool)도 만들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SS글로벌자산배분'을 출시했다. 해외에 상장된 달러 표시 ETF에 주로 투자한다. 출시 나흘 만에 150억 원의 자금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블랙록과 JP모건, 피델리티 등 다른 운용사들도 저성장·저금리 시대 재간접 펀드를 통한 자산 배분이 투자자에 적합하다는 판단에 속속 재간접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모든 투자 자산을 분석하고 실사할 필요 없이 이미 검증된 펀드에 투자하면 된다. 관리도 편하고, 수익률도 안정적이다. 고객의 재산 증식을 위해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해외 전문가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중 비용 주의해야

그러나 재간접 펀드는 펀드에서 또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이중구조여서 펀드 관련 보수와 제반비용 등을 이중으로 부담해야 한다. 자산운용사가 특정 펀드를 밀어주기 위해서 특정펀드의 투자비율을 높여 운용하는 경우도 많다.

A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B주식형펀드의 운용규모를 늘리기 위해 A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C재간접펀드에서 B주식형펀드를 100%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투자자가 C재간접펀드에 투자를 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B주식형펀드에 투자한 것과 같다.

그러나 투자비용은 B주식형펀드의 보수와 C재간접펀드의 보수를 이중으로 부담하게 된다. A자산운용사는 C재간접펀드와 B주식형펀드의 운용규모가 이중으로 잡혀 전체 운용규모를 늘리는 효과도 있으므로 자신들이 운용하는 펀드를 편입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시장에서 검증된 좋은 펀드만 골라서 투자할 수 있는 재간접펀드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며"그러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자산운용사 내부의 목적에 의해서 재간접 펀드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재간접펀드

자산운용사가 직접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에 재투자를 하는 펀드로서, 여러 펀드에 분산투자하여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추구한다.

장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