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선업 경기 침체에 이어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지역 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지역의 조선·기자재 및 해운업체들은 명절 상여금이 미지급되는 등 씁쓸한 명절을 맞고 있다.

8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법정관리 및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조선·해운업체들은 다음 주 추석 연휴 전 근무기간인 12~13일 이틀간 연차휴가 사용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연차를 소진시키면 연말에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계열사 등 전사적으로 휴가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연차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추석 연휴를 전후해 근로자들이 연차휴가를 많이 쓸 수 있도록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에 협조공문을 보냈다. 연차 휴가를 활용해 최장 9일 동안 쉬도록 유도한 것이다. 연휴를 앞두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점, 명절 대이동에 따른 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내수 활성화 등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가 직접 연차를 활용한 장기 휴무를 권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석 상여금도 줄거나 없어졌다. 지역의 한 조선기자재업체 관계자는 "대금회수 지연으로 급여도 줄어든 판에 상여금은 꿈도 못 꾸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경남 거제·통영 지역의 조선사 협력업체 직원들은 임금체불 및 폐업으로 사정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예년 추석 때 정기 상여금 100%가 지급됐으나, 올해 추석은 상여금 지급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