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간 엇박자로 허둥지둥
- 신청 5일 지나서야 TF 구성
- 피해규모 눈덩이처럼 불어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에서 정부는 없었다. 이번 사태 이후 정부의 무대책과 부처 간 엇박자가 점점 드러나고 있고, 이 때문에 글로벌 물류대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을 구조조정하면서 향후 발생할 물류대란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준비조차 없었다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4일 각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임박했던 지난달 중순부터 "연간 최대 17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해운업계의 우려에 대해 "극단적으로 추산했다" "대응책이 있다"는 등의 주장만 되풀이했다.
한진해운이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같은 날 기획재정부 금융위 해양수산부는 각각 회의를 열었고, 물류대란이 심각해지자 법정관리 신청 5일째인 4일이 되어서야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해수부가 지난 1일 내놓은 대책은 4000TEU급 선박 4척을 오는 8일부터 미주항로에 투입하고 추후 9척을 유럽항로에 띄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럽항로에 띄울 선박 9척은 어디에서 구한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법정관리를 신청한 시점에 있어서도 정부의 무책임·무대책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해운업계는 이달부터 성수기로 접어든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물량 등이 몰려 있어 미주노선의 화물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부처 간 엇박자와 책임 떠넘기기도 여기저기서 노출됐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지난 4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간 합병론이 흘러나오자 "양대 국적 선사 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기재부 금융위로부터 지적을 받자 '양대 선사 유지론'을 급속하게 거둬들였다.
법정관리 이후 물류대란이 발생하자 해수부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에 후폭풍이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재부, 금융위는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인 해운업을 제대로 변별하지 못한 채 단순 제조업 구조조정하듯이 처리했고 해수부는 금융당국에 끌려다닌 정황이 역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와중에 채권단 사이에서는 "금융기관은 충당금이 충분해 큰 손해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정부가 잇따라 회의를 열고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물류대란은 심화되고 있다. 4일 현재 전 세계 항만에서 입·출항을 하지 못하고 떠도는 한진해운의 선박은 60여 척에 달하며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부산항을 찾은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부산지역 해운항만 업계와 노조 관계자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정옥재 이석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