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해 국내 채권과 채무가 동결된 가운데 글로벌 물류대란은 더 악화되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의 부산항 입항 불가 사태는 2일 일단락됐지만, 세계 주요 항만의 물류 업체들은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고 대금 지급을 요구했다.

	밀린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1일 0시부터 작업을 거부한 부산 신항 고박 업체들이 2일 작업에 복귀하면서 하루 넘게 외항에서 대기하던 컨테이너선 한진 텐진호(6655TEU급)가 이날 오후 4시 신항터미널에 접안해 하역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진해운 소속 선박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세계 7개국에서 정상 운항을 못 하고 있다. 광양항에서는 컨테이너를 고박(고정시키는 작업)하는 업체들이 작업 거부에 들어갔고 중국 샤먼 닝보 칭다오 얀티엔이, 일본 나고야, 싱가포르 나바샤바 등지에서는 고박과 검수 업체들이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했다. 이집트에서는 통항료 미지급 우려를 이유로 수에즈 운하의 통항을 거부당했다. 수에즈 운하의 1회 통항료는 70만 달러(2일 기준 7억8260만 원)가량이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면 남아프리카 남단으로 둘러가야 해 정시 운항이 불가능해진다.

미국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독일에서도 하역 거부 사태가 이어졌다. 이날까지 한진해운 선박 98척 가운데 45척(컨테이너선 41척)이 정상 운항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BBC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때문에 글로벌 물류대란이 일어났으며 9월 성수기를 맞아 54만 개의 컨테이너가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한진해운 선적 화물을 내륙으로 수송하는 철도·트럭 회사가 운반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해상법 전문가들은 "줄소송이 예상되고 이번 소송전은 최소 2, 3년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미국 상무부에 한진해운 사태 개입을 촉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소매산업지도자연합은 "한진해운 사태가 소비자와 미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개입해 항만과 화물업자, 한국 정부와 함께 혼란을 수습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모항인 부산 신항에 입항하지 못해 외항에서 밤을 지새운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 5척은 일단 2일 오후 4시부터 한진 텐진호(6655TEU급)를 필두로 순차적으로 입항해 하역작업을 재개했다. 밀린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한 고박 업체 3곳이 이날 오전 부산해양수산청의 중재와 부산항만공사(BPA)의 임금 일부 지급 약속에 따라 작업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BPA는 항운노조원들의 임금이 미수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정을 고려해 업체들의 미수금 16억여 원 가운데 8월 치 임금 5억5000만 원을 직접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조치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수업체, 예선·도선업체, 줄잡이 업체 등 화물선 입·출항에 직접 연관된 업종들의 미수금 수십억 원까지 항만 당국이 떠맡을 수는 없어 언제든 입항 불가 사태는 재연될 수 있다.

이승렬 정옥재 기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