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염방지·수처리 분야 전문기업
- 기술분야 여성 진입장벽 뚫고
- 지역 환경공학 최고 기술자로
- 녹색기술인증 30여 개 특허보유
- "여성과의 비즈니스 꺼리지만
- 거래 후엔 남성보다 신뢰 느껴
- 수출비중 배 이상 상승이 목표"
여성의 진출 분야가 다양해졌지만 '여성 기술자'는 여전히 낯선 단어다. 여성과학기술센터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공학계열 과학기술인력 중 여성 비율은 10.7%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공학계열에 재학하는 여대생 비율도 17%로, 인문(54.7%), 자연(44.1%)계열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공대에 진학했다가 출산과 육아 등으로 연구의 꿈을 접는 경우가 많아 관련 업계에서는 '새는 파이프' 현상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기술 분야에 여성의 진입 장벽이 높은 가운데, 지역 환경공학 분야에서 '최고 기술자'로 손꼽히는 여성 CEO가 있다. 환경오염 방지 및 수처리 분야 전문기업 아쿠아셀㈜ 김경희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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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쿠아셀 김경희 대표가 부산 강서구 여성기업산업단지 내 본사 사옥에서 당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지역 대표 환경전문 기업
아쿠아셀(부산 강서구)은 공장, 축사 등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정화하는 수처리 시스템과 악취 및 공기 중 오염원을 제거하는 설비 등을 생산하는 환경 전문기업이다. 아쿠아셀은 김 대표가 2004년 부경대 산학협력단 창업보육센터에서 1인 창업기업으로 출발해 연매출 30억 원 규모로 키워냈다. 부경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환경 관련 업체에 6년간 근무했다. 김 대표는 "당시만 해도 사회적으로 여성 기술자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회사에서 오래 근무해도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기 어려울 것 같아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대학원 재학 중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아쿠아셀을 설립했다. 하지만 제품 판매 거래처 확보가 쉽지 않았다. 설립 후 3년은 연구개발(R&D)만 했다.
김 대표는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제품을 팔지 못하면 그 회사는 죽은 회사"라며 "거래처를 찾기 위해 새벽부터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바쁘니 돌아가라'고 해 미팅도 못하고 발길을 돌린 적도 많다. 그래도 뭔가 해내야 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이어갔다"고 회상했다. 그사이 중소기업청과 부산테크노파크의 R&D 지원사업에 선정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기술력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포스코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으로부터 중수(하수를 정화해 재이용하는 것) 시스템 납품을 위한 테스트 의뢰가 들어왔다. 김 대표는 "초반에는 결과물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끈질기게 도전하니까 '입찰을 해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3개 업체가 6개월 동안 개발에 착수한 결과, 우리가 6억7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설립 4년 만에 첫 대규모 수주였다"고 말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도 포스코특수강과 거래를 이어가고 있으며, 포스코 포스코플랜텍 등 계열사로 거래처가 확장돼 포스코 소싱그룹으로도 등록됐다. 아쿠아셀은 이 밖에 부산환경공단 르노삼성차 동남정밀 한국남부발전 등을 협력사로 두고 있다.
■"여성기업이 거래 신뢰도 더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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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희 대표가 본사 공장의 폐수처리 설비와 관련해 직원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
아쿠아셀의 대표 제품은 미생물 담체인 '아쿠아셀 메디아'다. 오·폐수를 처리하는 미생물의 서식처다. 미생물 부착력이 높으며 미생물의 성장속도가 빨라 오염원 저감효율이 높다.
김 대표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말레이시아 하천정비사업에 메디아와 전기분해 수처리 시스템의 100만 달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탈취기'는 아쿠아셀 제품 중 매출 비중이 30%로 가장 높다. 오·폐수 및 하수처리장 등 각종 슬러지 처리공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처리하는 기계다. 현재 아쿠아셀이 신사업으로 강력하게 밀고 있는 것은 바이오매스 분야다. 하수를 처리하고 난 슬러지와 폐목재를 섞은 슬러지 연료탄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김 대표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인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에 대응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아쿠아셀은 전기분해 탈취기 성능인증은 물론, 녹색기술인증과 30여 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 여성 대표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은 없었냐고 묻자 그는 "학위가 있으니 기술자가 아니라고 못하더라. 또 거래를 해보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신뢰가 간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여성 사업가로서 네트워크 형성 방법에 대해서도 "이 업계는 아직까지 남성 대표가 다수다 보니 여성 대표와의 비즈니스를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대한 자주 찾아가서 얼굴을 비추고 친해지는 방법 외엔 없다. 남성 대표들이 한 번 찾아갈 때 10번 찾아간다는 생각이었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수출시장에 주력해 현재 수출 비중 25%를 40~4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경희 대표는?
김 대표는 부경대학교 86학번으로 환경공학과 학사와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2004년 설립된 아쿠아셀은 부경대 산학협력단 창업보육센터와 부산테크노파크 입주기업으로 운영되다 올해 초 부산 강서구 여성기업산업단지로 이전했다. 현재 한국여성기업벤처협회 부회장과 중소기업청 산하 수출중소기업협의회인 '엑스포트클럽'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