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계에 여성 CEO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제조업 위주의 부산 산업구조가 IT, 지식서비스산업 등으로 다양화 하면서 기술기반의 벤처업계에 진출한 여성 기업인도 늘어났다. 본지는 한국여성벤처협회 부산경남지회와 함께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여성 벤처기업인들을 만나본다.
- 수입 일색 개스킷 국산화 성공
- 회사 설립 후 원천기술확보 전력
- 제품 좋다 소문 돌며 승승장구
- 시스템비계 등 제품군 다양화
- 조선경기 불황에도 매출 상승
- 여성 경제활동 촉진에도 힘써
- "여성, 자신만의 리더십 키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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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저 송미란 대표가 경남 김해시 한림면 본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남성도 견뎌내기 어려운 기계·부품 등 제조업 분야에서 여성이 대표직을 맡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났지만 전문기술이 필요한 제조업은 여전히 여성의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판형 열교환기 개스킷 전문회사 ㈜바이저 송미란(52) 대표는 제조업 도시인 부산에서 여성 CEO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개척한 기업인으로 손꼽힌다. 기업 경영은 물론 한국여성벤처협회 부산경남지회 지회장, 일생활균형재단 이사장 등 여성의 경제적 지위를 높이기 위한 활동도 활발히 펼치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날을 보내고 있다.
■개스킷부터 건설가설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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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템비계를 생산하는 경남 김해시 생림면 바이저시스템 공장 전경. |
㈜바이저(경남 김해시)는 판형 열교환기 개스킷 전문업체다. 판형 열교환기 개스킷은 열교환기의 얇은 철판 사이사이에 부착되는 고무 부품으로, 발전소 및 선박용 열교환기의 핵심 부품이다. 송 대표가 개스킷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1991년 판형 열교환기 제조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1년 남편과 함께 관련 회사를 경영하면서부터다. 1990년대 당시 국산 및 수입 개스킷은 품질이 좋지 않아 애프터서비스(AS)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데서 착안했다. 개스킷을 자체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독립적인 개스킷 회사를 세우기로 결심했다. 2004년 바이저를 설립한 송 대표는 소재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설립했고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는 "개스킷의 품질이 판형 열교환기의 품질과 수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업계에서 품질을 인정받아 설립 3년 만에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현재 ㈜LHE, 현대중공업, 효성중공업, 동아화성㈜, 디엠씨㈜ 등과 거래하며 약 100억 원 이상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송 대표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제품군을 다양화 했다. 판형 열교환기가 주로 플랜트나 조선, 지역난방 등에 치중되다보니 시장이 한정돼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단일 제품으로는 특정 업종 및 업체에 위기가 왔을 때 우리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제품군을 다양화 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초고압 차단기 및 변압기용 대형 특수 오링(O-Ring), 대형 밸브시트를 생산 납품했으며 자동차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바이저는 이 새로운 제품군으로 2013년 현대기아차 'SQ 품질인증'을 획득했다. 자동차 개스킷의 경우 현재 현대기아차에만 140여 종이 들어간다. 송 대표는 "전체 매출 중 자동차 개스킷의 비중이 60%로 산업용을 앞질렀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건설공사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가설재인 시스템비계(공사현장에서 작업공간 확보를 위해 설치되는 가시설물) 시장에도 뛰어든 것이다. 송 대표는 "일반 비계는 사용 공구가 많고 설치 작업자가 많은 중량을 들고 다녀야 해 부상 위험이 크다"며 "바이저의 시스템비계는 설치가 간편하고 산업재해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시스템비계 생산을 위해 지난해 1월 ㈜바이저시스템을 법인 분리해 50억 원의 연매출을 달성했다. 그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한 덕분에 조선경기 불황에도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성 지위 높이기 위한 사회활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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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란 대표 |
송 대표는 기업 경영뿐 아니라 사회참여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는 한국여성벤처협회 부산경남지회장으로 45여 개 지역 여성벤처기업의 역량을 결집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내가 지닌 고민거리들을 다른 여성대표들은 어떻게 풀어갈까'라는 생각에 협회에 문을 두드렸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함께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얻으면 큰 힘이 된다"며 "어머니가 나를 낳았다면, 여성벤처협회는 사회인으로서 나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협회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여성벤처협회 부산경남지회는 올해 10주년 생일을 맞았다. 설립 당시 5개 정도였던 회원사는 10배가량 늘었다. 송 대표는 "여성 기업 중에서도 기술력이 있는 벤처기업을 엄선해 선발한다"며 "회원사의 60%가 석박사 출신에 평균 연령이 45세로 젊고 스마트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을 돕는 일생활균형재단의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2010년 자비로 24억 원을 출자해 만든 국내 최초의 민간공익재단이다. 자체 연구소를 두고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하며 여성들의 경제활동 촉진에 힘쓰고 있다.
송 대표는 "여성으로서 남성 대표들과 똑같은 업무를 빈틈없이 해내면서 가정까지 돌보기는 쉽지 않다. 회사 경영과 별개로 사회적인 선입견과도 싸워야 한다. 그럴 때마다 '내 사업체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밀고 나가려고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남성이 갖지 못하는 섬세함을 겸비해 자신만의 리더십을 구축해나가길 바란다"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