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분원 설치조건 내걸어
- 극지연구소 등 이미 분리
- 기능·규모 더 줄어들 우려
2017년 말 부산으로 옮기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일부 기능을 수도권에 잔류시키고 분원까지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OST는 부산 이전이 공론화된 2004년 이후 그 기능과 규모가 점점 줄어들었다. 부설 극지연구소는 인천에 잔류했고 2014년 1월에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부설기관(대전)으로 설치됐다.
이 때문에 KIOST는 기능과 규모가 크게 축소된 상태에서 부산으로 이전될 우려를 낳고 있다.
본지가 공공기관 이전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로부터 4일 입수한 '이전 공공기관 매각예정 종전부동산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안산시(KIOST의 현 소재지)는 KIOST의 종전부지 가운데 일부를 500억 원에 매입하는 조건으로 해양수산부에 'KIOST 서해분원' 설치를 요구했다. 이처럼 종전부지 일부에 서해분원을 설치해 달라는 안산시의 요구가 관철된다면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 기초자치단체에 의해 변질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국토부는 공공기관 이전 시 종전부지(현재 부지와 건물)를 팔아 이전 비용에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안산시는 1종 일반주거지역(연구시설용)으로 묶여 있는 이 부지에 대한 규제를 풀지 않는 것으로 부지 매각을 막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KIOST 상급기관인 해수부와 KIOST가 안산시에 종전부지 모두를 매입하도록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도 종전부지가 용도변경이 되지 않아 손실이 크다면서 사실상 매입을 거절했다.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으면 매각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시각이다.
여기에다 일부 광역자치단체도 KIOST 서해분원 설치를 요구하면서 문제는 한층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4월 김영석 해수부 장관을 만나 "넓은 부지를 제공할 테니 KIOST의 서해분원을 충남에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서해분원 설치 논의는 연구 목적이 아니라 KIOST의 일부 기능을 분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KIOST는 서해권에 두 곳의 부설연구소(인천·대전)를 두고 있으며 북중국권, 남중국권, 황해 연안을 관할할 수 있는 제주도에 연구센터를 두고 있어 서해분원 설치는 불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해수부는 또 KIOST의 영역인 서해안 갯벌연구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충남 서천)이 맡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조직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도 분원 설치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또 KIOST의 부산 이전이 완료되기 전에는 이를 논의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