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 등 최대 8%대로 올라
- 공식 부인에도 관련주 상승 마감

- 이날 시행 공매도 공시제 악용
- 작전세력 개입 가능성 확산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그룹 관련주가 30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사망했다'는 한 줄짜리 미확인 정보에 요동을 쳤다. 특히 이날은 시장 왜곡 등을 막기 위한 '공매도 공시제도'(본지 30일 자 16면 보도)가 시행된 날이어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움직여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작전 세력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시장에 확산됐다.

이건희 사망설에 삼성그룹주 출렁-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금융공학연구소에 설치된 주가 현황판에 표시된 삼성그룹 관련주 모습. 이날 이건희 회장의 사망설에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에스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주가 장중 동반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이 오후 3시에 이건희 회장의 사망을 발표한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으나 삼성그룹은 사망설을 공식 부인했다. 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를 전후해 '삼성 이건희 회장 사망. 3시 발표 예정. 엠바고'라는 내용의 미확인 정보가 시장에 급속도로 퍼졌다. 그 이후 SNS 등을 통해 해당 소식을 접한 개인 투자자들은 인터넷 주식 카페에 "삼성의 후계 구도가 완성될 것"이라는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장 초반 1% 안팎의 강보합세를 유지하던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일제히 급등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 주가는 오후 1시께 8%대로 수직 상승했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에스디에스는 장중 7%대로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도 장중 3%대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소문이 확산되자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사망 발표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삼성그룹주의 강세는 계속됐다. 결국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보다 5500원(4.68%) 오른 12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아울러 ▷삼성에스디에스(3.99%) ▷삼성전자(2.08%) ▷삼성SDI(1.89%) ▷삼성생명(1.52%) 등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0.72%였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날부터 공매도 공시제도가 시행된 것과 관련해 삼성그룹 관련주의 주가 상승을 자극하고자 특정 세력의 작전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종목을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줄이고자 주식을 매수(숏커버링)하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시 의무를 피하고자 숏커버링에 나선 투자자가 늘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이날 매매 내역을 심리해 이상 거래 정황이 포착되면 금융감독원 등 유관 기관에 조사 결과를 넘길 방침이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