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력·하청업체 우선으로
- 휴업수당 인상, 재취업 지원

- "별 도움 안 돼" 현장 한숨
- 파업 준비 현대·삼성중 등
- "우리는 왜 빠졌나" 반발

정부가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직 사태 등이 현실화된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부산 울산 경남을 중심으로 한 전국 조선업체 7800여 곳은 앞으로 1년간 정부로부터 고용유지 지원금 등을 받게 된다. 그러나 노조의 '구조조정 반발 파업'이 가시화된 대형 3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자구노력 의지가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30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제45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및 지역경제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지원 대상은 ▷표준산업분류체계상 '조선업'에 속하는 사업장 ▷국내 11개 주요 조선사의 사내 협력업체 ▷조선 전업률 50% 이상인 기자재업체 등 7800개사다. 지정 기간은 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국 708개 조선기자재 업체 중 부산(268개사) 울산(98개사) 경남(171개사) 등 동남권에 있는 업체는 537개사(75.8%)에 달한다.

이들 조선업체는 앞으로 ▷고용유지 지원금 상향 조정(3분의 2→4분의 3) ▷직업훈련비 지원한도 확대(240%→300%) ▷4대 보험료 및 세금 납부 유예(최대 9개월) ▷'물량팀'(외부 하청업체) 등 단기 근로자의 체당금 지원 강화 ▷체불임금 지급 등 각종 지원을 받는다. 고용유지 지원금은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휴업 조치하면 근로자 휴업수당(기존 임금의 70%)의 일부를 최대 1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관련해 올해 하반기에 4600억 원, 내년 상반기에 2900억 원 등 1년간 75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자 조선소가 밀집한 울산과 경남 거제지역 상공계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나타냈지만, 노동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조선산업 대량해고·구조조정 저지 울산지역 대책위'는 이날 "현실과 동떨어진 알맹이 없는 지원책"이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대책위는 "고통받는 실직 노동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하고 노동자와 노조 의견은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 조선해양플랜트협의회 소속 사업주를 지원하겠다는 내용뿐이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번 지원 대상에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제외되자 이들 회사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서도 많은 정규직 조합원이 회사를 떠났다. 대기업 조선소도 당연히 특별고용업종 지정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정부는 3대 조선소에 상대적으로 수주잔량이 많아 지원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현장직의 감원을 강요하는가. 이는 모순이다"고 반박했다.

협력사들 역시 이번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경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삼성중공업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지원 내용은 지방세 및 4대 보험료 등을 감면하는 게 아니라 유예하는 것이어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종근 박현철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