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물지수 싱가포르 상장 등
- MSCI 요구 수용 땐 시장 위축

정부와 한국거래소(KRX)가 추진 중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 선진지수 편입' 계획이 KRX의 '주식시장 30분 연장 방안' 발표를 계기로 또다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지수로 편입을 원하는 정부와 KRX가 MSCI에서 제시한 요구 조건을 수용할 경우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0분 연장 방안도 MSCI의 요구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부산의 파생금융중심지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자회사인 MSCI는 한국을 'MSCI 선진지수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다음 달 15일 결정한다. MSCI가 '한국의 선진지수 편입'을 전제로 우리 정부에 요구한 선결과제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등록절차 개선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환전성 제고 ▷KRX의 시세정보 독점 해소 등 3가지다. 이 중 등록절차 개선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외국인 통합결제계좌 도입' 방안으로 해결됐다. 원화 환전성 제고 문제도 KRX와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가 지난 24일 내놓은 '주식·외환시장 마감시간 30분 연장 방안'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 변경(달러→원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매듭지어졌다.

남은 문제는 '시세정보 독점 해소' 요구를 정부와 KRX가 수용하느냐의 여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MSCI는 국내 파생상품 거래의 토대가 되는 '한국물지수'(Korea Index) 선물의 싱가포르거래소(SGX) 상장을 KRX에 요구하고 있다.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한 헨리 페르난데스 MSCI 회장은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의 시세 정보와 관련해 거래소가 외국인의 접근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MSCI가 부산 파생상품시장에 상장된 코스피200지수의 사용권마저 요청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물지수 선물이 SGX에 상장되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서 주문할 필요가 없어져 파생상품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 MSCI 선진지수

글로벌 기관들의 투자전략 수립 등을 위해 MSCI가 작성해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 국가별 시장 규모에 따라 선진지수와 신흥지수 등으로 분류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