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 상황 땐 원금회수 불가능"
- 금융당국, 매수자제 경고 나서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회사채에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성 거래'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본격화로 해당 기업들이 회생의 길로 접어들면 회사채 가격이 급등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원금 회수가 불가능한 만큼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1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는 ▷한진해운71-2(2011년 6월 발행) ▷73-2(2011년 9월 30일) ▷76-2(2012년 6월 7일) ▷78(2013년 5월 23일) 등 4개 종목이다.

현대상선도 ▷현대상선180(2012년 7월 3일) ▷186(2015년 9월 10일) ▷177-2(2011년 7월 7일) ▷179-2(2012년 3월 28일) 등 4개 종목을 시장에 내놨다. 회사채는 기업이 시설투자나 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회사채를 사들이는 투자자는 회사채 가격의 등락 여부에 따라 차익을 얻거나 피해를 본다. 주식과 같은 개념이다.

최근 이들 8개 회사채에 고수익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3거래일 동안 '현대상선180'의 총거래대금은 3억5000만 원으로 전월 동기(1억300만 원) 대비 243.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상선186(143.1%)과 한진해운73-2(24.4%) 등의 거래대금도 크게 늘었다. 투자자들의 돈이 대거 유입되면서 8개 회사채의 가격도 정부가 '5대 취약업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지난달 26일부터 17일까지 평균 26.0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진해운78'의 가격이 4489원에서 7899원으로 75.9% 올라 8개 종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극도의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회사채에 자금이 몰린 것은 단기 차익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 해운사가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정상적인 지원을 받아 경영 정상화를 이루면 회사채 가격이 치솟아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설득 등에 실패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원금 회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이날 "일부 투자자들이 구조조정 결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갖고 투기성 매매를 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발행하는 증권신고서에 대한 공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