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농업 체험 프로그램
- 학교·시민 텃밭 가꾸기 사업
- 공동체 마을정원 조성 지원 등

농촌이 아닌 곳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소년들 가운데 직접 채소나 과일을 길러본 사례는 얼마나 될까. 또 들판에 핀 꽃이나 풀, 날아다니는 벌레의 이름을 아는 학생은 몇 명이나 될까.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개개인의 잘못은 아니다. 산업화·도시화에 따라 자연과 점점 멀어지면서 나타난 필연적인 현상일 뿐이다.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왼쪽 첫 번째)이 지난 21일 열린 부산도시농업박람회에서 방문객들에게 텃밭 가꾸기에 적합한 식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농진청 제공

농촌의 발전을 바탕으로 도시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농촌진흥청(농진청)은 오래전부터 이런 '불합리'를 개선하려 노력해왔다. 도시농업의 일환으로 텃밭가꾸기와 원예체험 등을 시행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농진청은 우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자연과 가까워지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실시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겨냥해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에 나섰다. 중학생들이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체험한 뒤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식물 기르기 활동을 '융합인재교육'(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ematics)과 연계해 만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올해 제목은 '토마토 재배부터 판매까지'다. 참가 학생들은 토마토 씨앗 심기와 키우기, 비료주기, 방제, 수확한 토마토 요리하기,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등 12단계의 체험을 할 수 있다. 간접 체험의 내용도 알차다. 동영상을 통해 정원사, 육묘재배자, 농촌지도사, 친환경농자재개발자, 식물의사, 농업연구사, 농산물유통전문가 등 농업 관련 직업의 세계를 알게 된다.

농진청은 지난해 경기도의 한 중학교를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범실시한 뒤 학생들의 인식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농업 관련 직업의 관심도가 체험 전보다 23.9%나 높아졌다. 이해도와 선호도 역시 각각 28.7%, 26.4% 상승했다. 농진청은 많은 학교가 참가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교육부 정보망에 올려놓았다.

'학교 텃밭 가꾸기'도 농진청이 의미를 두고 있는 사업이다. 이는 학교의 자투리땅을 활용해 식물을 키움으로써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를 친밀하게 하는 한편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농진청은 시범실시를 한 초등학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실제로 텃발활동 이후 교우관계 개선, 채소 섭취 증가 등의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학교 텃밭 활동도 엄연한 농사일인 만큼 경험이 적으면 하기가 힘들다. 이에 농진청은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지침서를 만들어 지난달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또 깊이 있는 지식 전수를 목적으로 각 교육청과 힘을 합쳐 '교사 텃밭활동 직무연수'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진청은 도시민들의 텃밭 가꾸기 지원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10가지 소형 텃밭(10㎡) 모델과 작물배치법을 만들어 온라인을 통해 제공했다. 이는 무계획적으로 텃밭 만들기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농업에 대해 갖게 될 부정적 인식을 없애기 위해서다. 농진청은 공동체에 대해서는 마을정원 조성을 돕고 있다. 지자체와 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면 농진청에서는 정원에 심을 수 있는 식물 소개를 비롯해 심고 가꾸는 기술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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