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힐링 오피스' 등 중점 추진
- 사업장 식물 기를 때 이점 많아
- 적절한 배치 방법 등 홍보나서
- 관심 많아지면 농업인도 이익

농촌진흥청(농진청)은 오래된 기관이다. 1947년 농사개량원에서 시작해 1962년 농림부 산하 외청인 농촌진흥청으로 독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방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역사는 더 길다. 1906년 생긴 권업모범장(勸業模範場)이 모태다. 농진청의 설립목적은 '국가의 기본 산업인 농업의 발전과 농업인의 복지향상, 농촌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첨단 산업화시대에 사는 도시민들은 농진청을 잘 알지 못하거나 일상생활과 별다른 연관이 없는 곳이라 여기는 수가 많다.

농촌진흥청의 '그린 힐링오피스' 조성 권유에 따라 각종 식물을 배치한 도시의 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농진청 제공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농진청이 도시생활에 기여하는 바는 아주 많다. 예컨대 '힐링' 열풍이 불면서 도시민들의 자연에 대한 욕구는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흙이나 식물을 접할 기회는 적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도 농진청이다. 요즘 중점을 두고 있는 업무인 '식물이 있는 사무실(그린 힐링오피스) 꾸미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숲 속처럼 상쾌하고 녹색이 충분히 도입된 공간을 도시민들에게 제공, 메마른 정서를 달래주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여기에 덧붙여 도시에서 관엽식물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곧바로 판매 증가로 이어져 농업인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의중도 반영됐다.

사업 타당성 확보를 위한 조사는 오랫동안 진행됐다. 농진청이 지난해 사무실에 식물을 기를 때와 기르지 않을 때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의미 있는 분석이 나왔다. 식물이 있는 사무실 근무자들은 다른 공간의 근무자에 비해 긴장감·우울감 등이 22% 줄어든 반면 활력지수와 주의회복척도(정신적 긴장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는 각각 38%, 57% 증가했다.

식물 향기가 사람의 뇌 활성화와 감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식물 향기를 직접 맡은 사람의 뇌에서는 정유향(기계적으로 추출한 향)을 접한 사람보다 알파파(이완 효과 및 편함을 주는 뇌파)가 5% 많았으며 반대로 심박 수는 5%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실내에 산호수 등을 두면 미세먼지가 최고 70%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에 따라 농진청은 '그린 힐링오피스' 조성을 위한 지침을 도시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있다. 우선 실내식물 투입량은 공간 부피 대비 2%(면적 대비 5%)가 가장 좋다. 또 벽면에 수직으로 식물을 배치하는 '바이오 월'(Bio wall)이나 받침대 위에 수평으로 화분을 올려놓으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농진청이 지난 2013년 개발한 바이오 월은 공기 정화식물과 청정기를 결합한 벽면 녹화 시설물이다. 꽃 몇 송이로 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무실을 만드는 방법도 쉽다. 수직으로 된 실내공간이면 어디나 설치가 가능한 '입체 부착형 꽃병'과 빛이 부족해도 식물이 살 수 있는 '기능성 화분', 계절과 장소에 관계없이 채소를 키우는 것이 가능한 '심지 관수형 LED 채소재배기' 등을 사용하면 제격이다. 이양호 농진청장은 "식물을 통한 정서 순화와 공기 정화 효과 등은 각종 연구에서 여러 차례 입증됐다"며 "도시민들이 자연이 주는 이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