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가 교육과정 자율 결정
- 조화가 정책방향 최우선 순위

- 창의적·융합적 인재육성 초점
- 암기보다 생각하고 토론 중시
- 숙제 거의 안내주고 시험 없어

- 폭설에도 공항 가동 장비 개발
- 실용성 중시 기풍 엿볼 수 있어

한국 기자 2명, 러시아 기자 3명 그리고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기자 1명씩. 핀란드 외교부가 지난 3~8일 진행한 올해의 '핀란드 북극산업 현장 방문(Arctic Media Visit to Finland)'에서는 이렇게 모두 8명이 한 팀이 되어 움직였다.

	헬싱키에 있는 공립 종합학교(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친 9년제 학교) 아라비안 페루스코울루의 도서관. 푹신한 쿠션에 누워 아이들이 책을 읽는다.

우리 팀을 인솔하고 챙긴 실무 책임자는 핀란드 외교부의 젊은 외교관 아리 혼카넨 씨였다. 그는 유능할 뿐 아니라 코미디언을 겸업해도 분명히 성공할 것이란 생각이 들 만큼 재치있고 유머 감각이 풍부했다. 그가 핀란드에 관한 정보를 담은 절묘한 농담으로 또 한 번 일행을 한바탕 웃겨놓은 뒤 이렇게 덧붙였다. "아시겠죠? 핀란드 사람들은 아주 실용적이랍니다(We are practical people)."

이 말을 듣고도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말은 피부에 와 닿았다. 지극히 차분한 인상 속에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 또는 기풍이 이 사회의 바탕에는 깔려 있는 것 같았다.

■헬싱키공항의 스노우하우

	헬싱키국제공항 '스노우하우'의 핵심 장비인 PSB.

외국인 기자 8명이 한 팀을 이뤄 핀란드의 기업체, 대학, 연구소, 공장과 명소를 두루 다니는 과정에서 느낀 공통점은 '소탈하면서도 실질을 중시한다'는 인상이었다. '허투루'나 비효율, 지나친 의전, 공허한 체면 문화 같은 게 확실히 적어 보였다.

음식점에서 세 사람이 함께 밥을 먹었더니, 종업원은 당연하다는 듯 계산서 3장을 가져와 각자에게 나눠줬다. 특별한 자리가 아니라면, 자기가 주문한 음식만 돈을 내는 문화다. 기업체 프레젠테이션이나 토론회에서는 대부분 장황한 인사말 없이 본론으로 곧장 들어갔다. 연설, 토론, 인사말 도중 식사나 다과가 제공되면 실무자나 고위 관계자가 서서 말하고 있어도 다른 참가자들은 음식을 먹으며 듣는다.

어떤 게 (북)유럽 전반의 문화고, 어떤 게 핀란드만의 방식인지 알아채기 어려운 장면도 꽤 있었다. 하지만 핀란드만의 실용과 창의를 보여주는 확실한 현장도 있었다. 헬싱키국립공항의 스노우하우(SnowHow)가 바로 그렇다.

"헬싱키에는 적어도 5개월 이상 눈이 옵니다. 언제 큰눈이 내릴지 알 수 없죠. 이곳 날씨는 좀 극단적이라 할 수 있어요." 헬싱키국제공항 운영사인 피나비아의 리나 후타마 홍보 담당은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헬싱키공항이 날씨(폭설) 탓에 활주로를 폐쇄한 건 2003년 30분 동안이 마지막입니다. '13년 전 30분' 뒤로는 활주로를 닫은 적이 전혀 없어요."

국토의 1/3이 북극권에 속하며, 전국 연평균 기온만을 따지면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추운 나라(1.5도)의 최대 국제공항이 이토록 폭설에 강한 비결을 후타마 홍보 담당은 간단히 말했다. "스노우하우 덕분이죠."

쉽게 말해, 스노우하우는 헬싱키국제공항이 발명하고, 오랜 세월 다듬고 축적한 악천후 대비 공항 관리 시스템이다. "저기 보이는 PSB 5500이라는 특수한 차량은 핀란드가 최초로 디자인했죠. 32t 무게에 엔진이 두 개이고 한 사람이 운전하는데 PSB 5500 10대가 한 그룹을 이뤄 신속히 눈을 치웁니다. 우리 공항에 16대가 있죠." PSB는 Plough-Sweep-Blow의 줄임말이다.

후타마 씨는 "이어 2대를 보유한 특수장비 스노우 블로우어가 뒤를 따라가며 눈을 처리를 한다. 심한 폭설이 내려도 11분 만에 활주로 하나를 치우며 그동안 나머지 2개의 활주로를 정상으로 가동한다"고 설명했다. 스노우하우의 노하우와 각종 장비는 다른 나라의 공항에서도 많이 참고하고 배워간다고 한다.

■'디자인 교육'을 도입하는 초등학교

	학교 복도 한쪽에서 토론식 수학수업이 작은 그룹 단위로 이뤄지고 있는 모습.

헬싱키에서 취재하던 중 정부 관료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는 '부자들만의 동네'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한 동네에 부유한 집, 중간 정도의 집, 가난한 집이 공존하도록 정책을 짠다. 우리는 섞는다." 갈등 요인을 줄이고, 조화를 꾀하는 핀란드식 대응법이 인상 깊었다.

이와 비슷하게 교육에서도 핀란드는 핀란드식 교육법을 발명했다. 학생도 교사도 만족하고 교육효과도 높은 핀란드식 교육법은 이미 명성이 높다. 그래서 학교와 교육은 핀란드식 창의와 실용을 보여주는 확실하고도 유명한 현장이다.

사립학교나 사교육이란 말을 낯설게 여길 만큼 핀란드의 교육은 공교육이 중심인데도, 끝없이 혁신에 관해 토론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7일 헬싱키 교외 종합학교(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친 9년제 학교)인 아라비안 페루스코울루를 방문했을 때도 그런 기운을 느꼈다. 마리 수오카스-라크소넨 교장은 "오는 8월부터 '디자인'을 우리 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도입하기로 하고, 준비 작업을 하느라 요즘 무척 바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수오카스-라크소넨 교장의 설명이다. "지금도 공예교육과 예술교육을 하지요. 그런데 저희는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을 생각하면 현재의 공예교육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결론에 닿았어요. 저와 전체 교사가 토론하고 또 토론했죠. 그래서 내린 결론이 학생들에게 디자인 교육을 하고, 디자이너의 사고방식과 문제해결능력을 심어주자는 것이었죠."

이 같은 결정은 교육청이나 교육당국의 권유나 지시와는 상관 없고, 오로지 이 종합학교의 교사들과 교장이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디자인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와 토론을 진행하고, 가르칠 방법을 연구하는 중인데 오는 8월이 되면 이 학교는 핀란드 최초로 디자인을 정규 교과에 넣은 학교가 된다.

이런 식의 혁신이 학교마다 자율로 일어난다. 운 좋게도 교실수업을 참관할 기회도 잡았다. 교실에서 만난 9학년 학생들은 "숙제는 아주 적고, 시험은 없다. 일찍 하교하면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한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소규모 그룹으로 나눠 팀별로 토론수업하는 모습을 교내 곳곳에서 본 것도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영어실력들이 좋았다.

한 영어 교사는 "아이들이 외우기보다 생각하는 법,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노력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학교급식을 교장선생님과 함께 먹었는데 급식까지 질이 좋고 맛있다. 숙제 적고 시험 없고 토론하고 함께 문제 해결하고 일찍 집에 가는 데다 무상급식까지 맛있다. 창의적인 핀란드식 교육법의 힘이 어디서 오는지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 800년 외세 지배 받아와…내년 독립 100주년

■ 핀란드 역사와 저력　

핀란드는 내년에 독립 100주년을 맞는다. 러시아혁명이 일어난 해인 1917년 12월 6일 러시아에서 독립했다. 핀란드는 약 100년 동안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그 이전에는 거의 700년 동안 스웨덴의 통치 아래 있었다. 북극권에 속해 기후는 혹독하고, 다른 민족의 지배도 오래 받았다. 오늘날 IT, 북극산업, 관광, 교육, 디자인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선진국으로 핀란드가 성장한 배경에는 특유의 창의와 실용의 문화가 있었다. 그런 실용과 창의는 이민족 지배와 혹독한 자연조건에서도 굴하지 않은 뚝심에서 나왔다.

핀란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속하지 않는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이다.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권의 나라는 노르딕 국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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