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따른 추가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자 입주기업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160일가량 가동 중단으로 노심초사했던 2013년의 악몽이 재연됐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정기섭(SNG 대표) 회장은 10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 직후 "정부의 결정에 대해 재고를 요청한다"며 "기업의 피해 자체가 어떤 방법으로도 치유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정부로부터 갑작스럽게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정부가 기업에 피해를 최소화할 시간도 주지 않고 전면 중단 결정을 하고 일방 통보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간적 여유를 주고 기업에 통보했더라면 원자재와 재고 철수를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연휴 마지막 날 이 같은 조치를 해 정부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번 가동 중단 결정으로 최소 수천억 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3년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당시 234개 입주기업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1조566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A업체 대표는 "(2013년 가동 중단으로) 이미 끊어져 다시 돌아오지 않은 거래처들이 있다"며 "당시 양질의 거래처들이 떨어져나가 피해를 봤는데 그 고통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개성공단은 2015년 11월 기준 전체 124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북측 근로자 5만4763명과 남측 근로자 803명이 근무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부산 기업은 신발 완제품을 생산하는 삼덕통상을 비롯해 신발부품 생산 기업인 바라크 천일상사 유성산업 등 4개 업체다. 경남 양산에 본사를 둔 제씨콤과 쿠쿠전자를 포함하면 부산·경남에서는 6개 업체가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다.
삼덕통상은 개성공단 내 1만8000여 ㎡ 규모의 공장을 갖추고 있으며, 북측 직원 2800여 명을 고용해 연간 300만 켤레의 신발을 생산하고 있어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될 경우 심각한 경영 타격을 입게 된다. 삼덕통상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나온 단계인 만큼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며 "지난해 부산 강서구 화전산업단지 내 연면적 1만4900㎡ 규모의 신공장을 짓는 등 개성공단 대체 능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납품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기전자 업체인 제씨콤은 개성공단 내 1만3800여 ㎡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이며, 현재 북한 근로자 9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회사가 광통신사업부와 유화사업부로 분할되면서 광통신사업부에 해당하는 제씨콤엔의 경우 전체 물량의 100%를 개성공단에서 생산하고 있다. 제씨콤 관계자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다면 광통신사업은 치명타를 입는 것"이라며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을 취하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