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거래소 내부모습.

- 증권거래소·국제통화거래소
- 1999년 합병 후 이듬해 상장

- 상장 당시 대비 자산 성장률
- 작년 134%· 올 6월까지 147%

- 두 달만에 초고속상장 서비스
- 외국기업 끌어들인 비결

- 한국거래소 국제화전략 일환
- 싱가포르 현지사무소 개설
- 성과따라 해외거점 추가 설치

- 현지서 열린 '파생상품의 밤'
- 투자자·고객 등 참석해 성황

내년 설립 60주년을 앞둔 한국거래소(KRX)가 통합 10년 만에 대대적인 구조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올 초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거래소는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시장친화적 환경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9년 독점적 구조라는 이유로 공공기관에 지정되면서 정부의 감시망 속에 갇힌 거래소는 세계 경쟁에서 뒤처졌고, 그 사이 글로벌 거래소는 지주회사-IPO 수순에 이어 거래소 간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며 덩치를 키워갔다. 반면 2011년 세계 1위였던 거래소의 파생상품시장 규모는 여러 규제를 받으면서 지난해 11위까지 추락했다.

한국 자본시장이 주춤하는 사이 아시아 무대에서 싱가포르거래소(SGX)가 박차고 나왔다. 공공기관이나 다름없던 이곳 거래소는 지난 1999년 지주회사 출범 후 주가와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큰 전환을 맞게 됐다. 세계 주요 거래소들이 앞다퉈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로 각광받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지주화를 앞두고 있는 한국거래소의 발전방향을 살펴보았다.

■지주사 전환, 주가·영업이익 껑충

	지난 7일 싱가포르에서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 KRX 파생상품의 밤' 행사.

싱가포르거래소(Singapore Exchange·이하 SGX)는 싱가포르의 금융 거래소로, 증권 및 파생상품 거래를 담당한다. 지난 1999년 12월 싱가포르증권거래소(SES)와 싱가포르국제통화거래소의 합병을 통해 설립된 지주회사로서 2000년 자체상장했다. 현물, 파생, 예탁, 청산·결제, IT 및 투자지주회사 등 6개 자회사가 고객중심의 조직으로 변신하면서 홍콩, 런던, 도쿄, 베이징, 뭄바이에 해외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상장 이후 SGX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거두었다. 상장 당시 12억2277만7000달러였던 자산은 지난해 16억418만2000달러로 134.21% 성장률을 기록했고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18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같은 시기 대비 147.34% 성장했다. 영업이익 또한 상장 당시 7201만4000달러에서 지난해 3억7166만 달러로 516.09% 성장했다. 단 두 달만에 초고속상장이 가능한 서비스로 자본조달이 급한 외국기업을 증시로 이끌었다.

특히 파생상품시장은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액(2억900만 싱가포르달러)을 달성한 데 이어 올 6월 기준 매출액(2억9600만싱가포르달러)은 전년 대비 42% 상승하며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SGX의 IR 담당 다렐 림 부사장은 "IPO(기업상장) 당시 주당 1달러에 상장한 것이 현재는 7.5달러로 7배 이상 성장했다"면서 "주주들에게 더 투명하게 회사 경영상태를 알리고 더 좋은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면서 시장친화적인 금융환경을 조성한 것이 성장의 발판"이라고 평가했다.

■KRX 현지 마케팅에 사활

한국거래소는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8일 싱가포르 현지에 사무실을 개설했다. 현판식에서 거래소 최경수 이사장은 "한국거래소 싱가포르 사무실은 주식 및 파생상품의 기존 투자자는 물론 향후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참여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사무실에는 현지 외국인 파생상품 마케팅 전무가 2명이 운영을 맡게 된다. 거래소는 향후 싱가포르 임시사무실의 성과에 따라 런던, 시카고 등 해외 주요 거점에 추가 사무실 설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 

앞서 지난 7일에는 'KRX 파생상품의 밤'을 싱가포르 금융 중심가에 위치한 민간은행 UOB의 61층 펜트하우스에서 개최했다. Buy-side 투자자(뮤추얼펀드, 연금, 헤지펀드 등의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고객 등 모두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이 자리에서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해외마케팅팀 김배용 팀장은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시장과 미니코스피 등 신규상품, 신규제도, 인프라 등을 설명했고, 삼성증권 전균 이사는 코스피200&미니코스피 200 선물·옵션을 활용한 투자전략에 대해 집중설명했다.

파생상품 시장본부 김도연 상무는 "현지 투자자들의 관심은 탈규제, 옴니버스 계좌(통합계좌) 허용 등으로 집중됐다"면서 "한국도 하루빨리 세계 금융시장 기준에 맞게 제도를 바꿔야 도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산, 예측가능 시스템·국제화땐 아시아 금융허브 도약"

■ 세계선물산업協 아시아지부 빌 허드 대표 인터뷰

세계선물산업협회(FIA) 아시아지부 빌 허드(사진) 대표는 부산이 금융허브로 발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한국거래소 싱가포르사무실 현판식에 참석한 빌 대표는 부산과 여러 여건이 비슷한 싱가포르로 세계 금융산업이 몰려드는 이유에 대해 "싱가포르는 수십 년 전부터 무역항으로 발전하면서 아시아 금융기지로 성장해온 데 비해 부산은 신생 금융도시"라고 설명했다. 특히 싱가포르는 규모가 작은 도시국가로 통제가 쉽고, 무역과 금융에 집중할 수 있지만 부산은 제조업 비중이 큰데다 여러 주요 산업이 분산돼 있어 금융에 투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싱가포르는 규제가 단순하고 엄격하며 예측 가능하지만 한국은 복잡하고 수시로 변해 예측이 어렵다. 신뢰가 쌓이기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빌 대표는 2년 전 글로벌 선물회사가 국내에서 부도가 나면서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한국의 청산시스템을 지적하자, 거래소 측에서 빠른 시간 내에 국제기준을 맞추었다면서 "부산은 중국, 일본 시장과 가까운 이점 덕에 예측 가능한 시스템으로 국제기준을 맞춰간다면 아시아 중심금융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탈규제·매매방식 개선, 다양한 상품 상장으로 투자자 만족시킬 것"

■ 최경수 KRX 이사장 인터뷰

한국거래소(KRX) 설립 이래 최초로 해외 마케팅에 나선 최경수(사진) 이사장을 KRX 싱가포르사무실 현판식 현장에서 만났다. 싱가포르 금융중심지 38층에 위치해 싱가포르항이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에서 최 이사장은 "부산보다 조금 큰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부럽다"면서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해 하루빨리 부산이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세계적인 파생금융상품시장인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60여 명, 유럽선물거래소(EUREX)에서 IT 직원 등을 포함해 100여 명이 현지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지금이 KRX 파생상품 투자의 적기라고 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현재 우리를 규제와 정부간섭이 많은 거래소로 인식하고 있다. 점차 탈규제 방향으로 가면서 글로벌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1분기 중 현재 부산에서 주문 배분만 가능한 알고리즘 매매(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정한 논리구조에 따라 컴퓨터 프로그램이 매수 혹은 매도를 자동으로 거래하는 방식) 방식을 개선, 시세 배분까지 부산에서 가능하도록 해 해외 투자자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 이사장은 "KRX가 싱가포르거래소(SGX)처럼 지주회사가 된다면 세계자본시장을 향한 투자, 마케팅, 사업확장 등이 가능하다"며 "유렉스 상품, 닛케이 선물, S&P500 등 다양한 상품을 상장해 국내외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