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촬영된 부산 동광동에 있던 부산 최초의 세관인 해관 청사(사진 빨간 점선 속 건물) 모습. 부산세관은 1880년대 중반부터 1910년까지 이 청사에서 운영되다가 부산항 매축공사(1902~1905년) 이후 1910년 11월 현재의 중앙동 청사 부지로 이전했다.

- 기상자료·감리서도 오류 인정
- 세관, 역사바로잡기 지속 추진

'부산세관 개청일이 일본 메이지 천황 생일로 조작됐다?'

부산세관이 역사 바로잡기에 나섰다. 개청일을 비롯해 최초 청사 자리에 관한 정보를 바로잡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옛 르네상스식 건물을 복원한다. 부산세관은 현재의 세관 개청일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최초 개청 시기와 관련된 기록을 추적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현재 부산세관 개청일은 1883년 11월 3일. 조선 동래부 계록에 이날 해관이 세금을 거두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세관 측은 사료를 토대로 개청일이 1883년 11월보다 3개월 여 앞선 7월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음력 1883년 6월 24일(양력 7월) 승정원 일기에 '근일(매우 가까운 날) 부산에 해관을 설치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록이 있다. 선교사 호러스 알렌의 저서 'Korea fact and fancy A Chronological Index'에 기록된 초대 부산해관장 발령 일자는 1883년 7월 3일. 인천·원산세관은 이 책에 적혀 있는 해관장 발령일을 개청일로 사용한다. 이와 함께 1883년 8월 12일부터 시작된 부산해관 기상 관측 자료, 1883년 9월 25일 부산해관 감리서(항만관리기관) 신설 기록 등도 현재의 개청일이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중앙동 부산세관과 조선말 동광동 해관 청사 위치도. 부산세관 제공

특히 11월 3일은 일본 메이지 천황의 생일. 이용득 부산세관박물관장은 "부산은 초량왜관 등 여파로 영향력이 있던 일본이 천황의 생일에 맞춰 개청 기념일을 정한 게 아닌가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선 정부는 일본인 민가를 빌려 해관을 운영하다가 1880년대 중반 중구 동광동 부산데파트 앞자리에 청사를 지어 1910년까지 운영해왔다. 최근 세관은 1900년대 초 부산항 매립 계획도에 표기된 해관 위치와 현재 지도를 교차 확인해 최초 청사 자리를 지리적으로 재조명, 이 자리에 표지석을 세울 계획이다. 정재열 부산세관장은 "과거 부산항의 중심축을 만방에 알리자는 취지"라며 "1979년 도로 확장으로 철거된 르네상스식 옛 부산세관 건물을 복원하는 등 역사 바로잡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하나로 부산세관은 지난 2일 우리나라 첫 세관장을 지낸 장기빈 씨의 후손을 초청(본지 지난 5일 자 25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