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 싸움·부자간 '해임' 사태
- 그룹 후계·지배구조 혼란 가중
- 장·차남 광윤사 각각 29% 등
- 주요 계열사 지분율 격차 없어
- 28% 가진 신격호 '의중' 변수

롯데그룹 신격호(94) 총괄회장의 퇴진이 확정되면서 장남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60) 한국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표면화하고 있다. 현재로써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 구도가 외형상 공고해 보이지만 신 총괄회장의 뚜렷한 '의중'이 확인되지 않아 양측의 내분이 더욱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롯데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5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롯데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해임된 점을 고려할 때 신 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롯데그룹 후계 경쟁에서의 '승리'로 해석됐다. 신 회장 역시 대표이사로 선임된 직후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7일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 등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한 것과 이날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전격 해임한 것은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와 경영권에 아직 불안한 구석이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문제는 부자간 '해임' 사태까지 일어난 혼란 속에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두 아들 중 누구에게 있느냐는 점이다. 신 전 부회장을 잇따라 해임하고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 신 총괄회장의 뜻인지는 현재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일단 신 총괄회장의 퇴진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 구조는 외형상 신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주식 지분을 보면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차이는 크지 않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이어주는 일본 비상장법인 '광윤사'의 지분을 29%씩 갖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역시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율은 20% 안팎으로 비슷하다. 신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28% 정도로 두 아들보다 높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 등과 손잡고 신 회장에 맞서 지분 경쟁에 나설 경우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롯데의 계열사도 두 형제의 지분 격차는 크지 않다. 한국 롯데쇼핑을 보면 신 회장의 지분율은 13.46%, 신 전 부회장의 지분율은 13.45%다. 이 밖에도 올해 초 기준 공시에 드러난 두 형제의 지분율을 계열사별로 보면 ▷롯데제과(신동빈 5.34% 신동주 3.92%) ▷롯데칠성(신동빈 5.71% 신동주 2.83%) ▷롯데푸드(신동빈 1.96% 신동주 1.96%) 등 큰 차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