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르네시떼' 내 설치된 환급단말기.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시가 외국인 관광객의 전통시장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1월 전국 최초로 '전통시장 사후면세제도'를 시행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시장은 영업 개시조차 못하고 있는데다 대상 전통시장 변경이 검토되는 등 부산시가 정책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1일 본지 취재팀 확인 결과 면세 전통시장으로 선정된 부산진구 '부전 홍삼·인삼시장', 부산진구 '골드테마거리', 사상구 '르네시떼' 3곳 중 르네시떼 한 곳만 사후면세제를 시행하고 있다. 김해공항과 인접해 대표 면세 시장으로 지정된 르네시떼는 올해 2월 중앙환급처리센터를 설치하고 면세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하지만 부전 인삼시장과 골드테마거리는 환급단말기 설치도 끝나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과 높은 가이드 수수료 등을 놓고 상인회와 시가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골드테마거리 상인회 이언로 상무는 "2012년에 사후면세제를 시범 운영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지 않았다. 당시 소매점 대부분이 사후면세점으로 등록됐지만 6개월 내 실적이 없어 말소됐다"고 말했다. 실제 시범 운영 당시 1년에 한 건의 사후면세만 이뤄졌다. 이렇듯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판명된 시장을 시가 면밀한 검토 없이 또 면세 시장으로 지정한 것이다. 현재 이 제도를 시행 중인 르네시떼도 6개월간 실적이 4건에 그쳤다.

시는 상인회 측이 매출액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제도 시행에 비협조적이라는 입장이다. 금값이 비싸고 주로 현금 거래가 이뤄지는 금시장의 특성상 카드 결제가 불가피한 면세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인회는 시가 제대로 된 관광객 모객 방안만 마련한다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상무는 "매출이 늘어난다면 제도 시행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높은 가이드 수수료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는 당초 부산시관광협회와 부산관광공사 등을 통해 관광상품에 면세 전통시장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상인회의 반발로 관광상품에 면세 전통시장을 포함하지 못했다. 이는 체계적인 모객(관광객 모집) 마케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수수료는 판매액의 7~10% 수준. 인삼시장은 58개 점포에 들어갈 단말기 설치를 마치면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역시 수수료를 우려하고 있다. 부전인삼시장 김기평 회장은 "인삼은 마진폭이 7, 8%로 낮은데 수수료를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통시장 사후면세제도가 겉돌자 시는 골드테마거리 대신 모객할 필요 없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중구 국제시장으로 대상 전통시장을 변경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사후면세점

명품 위주인 공항 면세점과는 달리 외국인 관광객에게 중저가 제품을 팔면서 세금을 환급해 주는 비과세 상점. 해당 업소에서 3만 원 이상 물건을 구매하면 물품대금에 포함된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를 출국 시 공항 내 환급창구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