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전경. 국제신문DB

영화와 관광을 결합한 축제가 부산에서 처음 열리지만, 프로그램 대부분이 영화와 무관한 체험행사로 구성돼 있어 부실 논란과 함께 '영화도시 부산'의 이미지 실추가 우려되고 있다. 행사를 주최하는 부산시관광협회와 영화의전당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축제를 부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부산시관광협회와 영화의전당에 따르면 '제1회 부산영화관광축제(BCMF)'가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된다. 이번 축제는 지난해 12월 부산이 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에 선정된 것을 기념해 열린다. 부산의 자랑인 영화 콘텐츠를 활용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영화와 관광을 결합한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대다수가 체험 및 공연 행사에 치중돼 '영화관광' 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축제 기간 낮 시간대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체험행사 위주다. 서바이벌 게임인 '좀비어쌔씬', 어린이 부채 만들기 교실, 초크아트 등 영화와 무관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저녁 시간대는 인디밴드의 영화 OST 공연, 개봉영화 티저영상 상영 등에 그치고 있다. 특히 영화인을 초청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씨네토크' 행사의 경우 영화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신작에 출연한 배우와 감독이 참여해 개봉작 홍보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 저녁 시간대 대부분이 현대무용 전통무용 비보잉공연 등 공연 행사로 채워져 있다. 또 영화와 관광을 결합한 상품이지만 부산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촬영지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이처럼 축제 콘텐츠가 빈약한 것은 축제 운영 및 구성을 총괄하는 주관사가 미숙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관사인 (주)아크투어는 올해 2월 법인 등록을 한 신생 업체이며, 문화 콘텐츠 기반의 여행상품 개발 경험도 없다.

상업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축제에 소요되는 예산 10억 원을 전액 주관사가 부담하면서 일부 전시회는 유료(1만2000원)로 진행된다. 플리마켓과 먹거리 장터 참여 업체로부터 받는 사용료도 수익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 '영화의 도시' 명성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영화 창의도시' 선정을 기념해 열리는 축제지만 부산시는 프로그램을 검토조차 하지 않는 등 행사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축제는 100% 민간 주도로 열리며 시는 홍보 등 행정적 지원만 한다"고 말했다.

관광업계와 문화계는 이번 축제가 '영화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영화 콘텐츠를 관광상품과 결합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프로그램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영화에 관심이 있는 관광객들이 품격 있는 영화 콘텐츠를 체험하고 휴양도 즐길 수 있는 영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