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시 중앙도매시장 내 수산시장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선어를 크기별로 골라 스티로폼 상자에 담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동조합 제공

- 서일본 수산물 유통의 거점
- 시설 낙후 등으로 위판량 줄자
- 15년간 22억 엔 들여 재정비
- 상자경매 진행시간 단축 시켜

- 사업 앞둔 부산공동어시장
- 대체부지 마련 손해 줄여야

'바닥경매를 벗어난 선진 위판장,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가공시스템…'.

침체한 수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부산공동어시장이 최소한 갖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어시장은 현대화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정부로부터 1200여억 원에 달하는 예산 지원을 약속받고, 올해 말 실시설계를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 어시장 중매인들은 일본의 선진 수산시장과 가공공장을 방문했다. 우리보다 10여 년 앞서 수산 판매·가공 시설의 현대화를 추진해온 일본을 벤치마킹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다.

지난달 21일 오전 10시 후쿠오카시 중앙도매시장 수산시장. 경매사가 스티로폼 상자에 담긴 어획물의 위판 시작을 알리면 중매인들은 재빠르게 손짓을 하며 낙찰받고자 하는 상품의 가격을 제시했다. 이러한 상자당 경매가 10만㎡ 규모 위판장 안 3, 4곳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낙찰물은 전기 운반차로 낙찰자의 트럭으로 곧장 옮겨진다. 위판장에 얼음을 깔고 어획물을 올려 두는 바닥경매와 달리 상자당 경매는 경매별 진행 시간이 짧아 어획물의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이 모든 과정은 2층 견학로를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후쿠오카 중앙도매시장은 서일본 수산물 유통의 거점이다. 지난해 위판량은 7만8000t가량으로, 이는 최고치를 달성했던 1979년(27만t)의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설 낙후와 함께 수산물 소비, 어획량이 동시에 줄어든 결과다. 시장 측은 위기를 극복하려고 1995년부터 15년간 22억 엔을 투자해 시장 재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시장 측은 "경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간별 공사를 진행했다"며 "애초 국·시비로 진행된 공사가 길어진 데다 물가 상승까지 겹쳐 나랏돈을 빌려야 할 정도로 비용이 늘었지만, 상권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견학 참여 중매인은 "우리도 어시장 현대화 공사 전에 대체부지를 충분히 마련해 경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공사 기간 다른 곳으로 떠난 배를 다시 위판장에 불러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 날 오후 3시 중도매인들은 사가현 가라츠시 카이간도오리에 있는 야마후 냉동식품 가공공장을 방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시설은 1층의 수산물 동결장. 가시 적출과 절단 작업을 마친 생선이 20분간 영하 35도까지 급랭된다. 2층 훈제장에서는 근해에서 잡힌 고등어 메가리 전갱이 꽁치 등을 숯으로 구워 가공한다. 식감은 겉이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다. 이들 상당수가 도시락으로 포장돼 팔린다.

또 공장 측은 관광업과 연계해 인근에 '오사카나무라'라 불리는 마린센터를 세워 생선류 소매점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선어회와 초밥, 우동 같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이종석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동조합 이사장

- "가공시설 공간 마련해 수산물 고부가가치 창출해야"

"이제 소수가 아니라 전체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야 할 때예요. 중매인 모두가 견학을 떠난 이유입니다."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동조합 이종석(사진) 이사장은 이번 중도매인 집단 해외 선진지 견학 추진의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중도매인협동조합 측은 지난달 중순부터 말까지 소속 중도매인 93명과 함께 대만 중국 일본 3개국 수산시장을 답사했다. 사업비 1억 원을 들여 해외 견학을 떠는 것은 해외 중도매인의 역할을 비롯해 수수료 수익, 도매사업 이외의 수익구조를 눈여겨보기 위해서다.

이 이사장은 "결국 수산물의 고부가가치화가 답"이라며 "동결포장을 통한 단순 가공부터 어묵 등 즉석 먹거리와 도시락까지 수산 가공방식을 1, 2, 3, 4차까지 다양화해 제품 소구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협회 측은 현대화사업 이후 어시장 일부 공간에 마련될 것으로 알려진 수산 가공시설을 임대를 통해서라도 확보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 이사장은 "지하 1층에 1000평 규모로 가공장이 마련되면 위판장으로부터 전동차를 이용한 어획물 수급이 가능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이런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현대화 실시설계 단계부터 중매인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