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대만 기룽(基隆)에 위치한 비사어항 경매장 옆 선어 판매장에서 관광객들이 수산물을 구경하고 있다. 이 어항은 활어 위판 시스템과 연계한 선어 식당·판매장, 요트장 같은 관광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 어시장 현대화로 깔끔·원스톱
- 중도매인 대부분 가공공장 운영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은 지난해 어시장 위판 물량(16만9571ｔ)이 전년보다 9%가량 떨어져 위판수수료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상위 30%가 한 달 평균 2000여만 원의 수수료를 챙겼지만, 하위 10위권은 200만 원 이하의 수익으로 양극화가 심각하다. 위기 타개를 위해 지난 12일 어시장 중매인 30여 명은 대만 선진 어항을 방문했다. 어시장 현대화에 맞춰 중도매인이 참여 가능한 수산가공과 관광산업이 주요 관심사였다.

■바닥 위판 없는 원스톱 경매

이날 오전 10시. 중도매인들은 대만 북동부 이란현(Yilan County) 라동에 있는 난팡아오 어항을 방문했다. 이곳은 연근해 어선이 경매에 참여하는 대만 내 가장 큰 규모의 어시장이다. 소속 중매인은 20여 명으로, 상주 선망 어선(100t 규모)만 40여 척. 경매장은 트럭 1대가 자리 잡을 정도로 단출했다. 수산물을 바닥에 깔아 놓고 경매하는 부산공동어시장과 달리 트럭당 경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포구에 조업 선박을 대면 3.5, 5, 7t 트럭이 다가와 조업물을 싣고 경매장으로 이동한다.

트럭 높이의 단상에 올라간 중매인이 차례로 트럭에 담긴 고기를 검품하고, 경매가 진행된다. 낙찰된 트럭은 실제 고기양을 측정(차량 무게, 수분 14% 제외)한 뒤 정산을 마치고 인근 중도매인의 냉동가공(포장) 공장으로 보내진다. 견학에 참여한 중도매인들은 "바닥 경매가 없다 보니 고기의 신선도 유지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포구가 대만에는 현재 10여 개 된다는 게 어항 측의 설명이다.

■위판·가공까지 담당하는 중도매인

포구로부터 차로 15~20분 이동해 도착한 용덕공단지구 내 어보냉동식품 공장. 낙찰받은 수산물을 실은 트럭이 공장에 도착하면 선도 유지용 해수가 담긴 탱크 5곳에 어획물을 쏟아낸다. 탱크 저층부 출구로 빠져나온 고기가 컨베이어 선별기로 이동하면 분류 과정이 진행된다. 컨베이어 라인은 많은 수의 인원을 동원하기 위해 'ㅡ' 자 대신 'ㄷ'자 형태로 설계됐다.

이를 위한 작업장 규모는 990㎡로, 하루 150t가량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이는 부산공동어시장(6만ｔ)의 400분의 1 수준이다. 공장 내 상주 인력은 10명 남짓으로, 작업 상황에 따라 40~50명가량이 추가 동원된다.

비상주 인력은 낮은 기본급 대신 작업 때 시간당 수당을 받는다. 소속감을 주면서 유사시 작업 동원율을 높이려는 조치다. 분류를 마치고 상자 포장된 완제품은 냉동기로 보내져 급속 동결된다.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동조합 장영도 부이사장은 "위판 현지에 가공공장이 있으면 중간 공정이 생략돼 고기의 선도 유지에 유리하다"며 "우리나라는 중매인이 당장 가공업에 뛰어드는 게 어렵다. 어시장 현대화를 계기로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중도매인 일행은 기룽(基隆) 비사어항을 방문해 활어 위판 시스템과 연계한 선어식당·요트 선박장 등 관광 시설을 견학했다.


# "어종 혼획없이 단순화해야 가공 유리"

■ 어보식품 친 추안 첸 사장

"이 모든 게 가능해지려면 선망 어선의 혼획이 자제돼야 합니다."

어보냉동식품 친 추안 첸(58·사진) 사장은 "바닥 경매 대신 트럭 위판에 이은 가공공장 내 선별 포장까지 과정이 한 번에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종의 단순화가 필수"라며 "대만의 경우 조업 때 소형 선망 어선이 투입돼 혼획이 적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선의 대량 혼획이 많아 분류와 가공 작업에 투입되는 일손이 많다. 어보식품은 대만 북동부 이란현(Yilan County) 라동 용덕공단지구에 위치한 수산물 가공공장이다. 주처리 어종은 전갱이, 점고등어로, 전체 가공량의 90%가량이 일본 등 아시아 국가로 수출된다. 첸 사장은 "라동 지역 중매인(20여 명) 대다수가 가공공장을 운영한다"며 "시세보다 공장 부지를 저렴하게 제공한 정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첸 사장은 "수산물 유통의 최전방을 맡는 이가 중매인이다. 이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과정에 현장 작업자의 목소리가 최우선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공장에 'ㄷ'자 컨베이어 라인을 배치한 것은 작업 효율화를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대만=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